2008년 6월 27일, 한국 동해 바다에서의 일입니다.
참돌고래 무리를 관찰하던 연구자들이 특이한 움직임을 발견했어요. 참돌고래 여러 마리가 돌고래 한 마리를 계속해서 수면 위로 밀어 올리고 있었거든요.
포유동물인 돌고래는 아가미가 아닌 폐로 호흡하기 때문에 잠수가 길어지더라도 8분 이내로 수면 위로 올라와 공기를 마셔야 하는데요. 자신의 힘으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아픈 동료를 다른 참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올려주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참돌고래 무리는 두 시간여 동안 아픈 동료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해요. 하지만 계속된 노력에도 아픈 돌고래는 숨을 거두었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참돌고래 무리는 그 자리에 한참 머물렀다 합니다.
동료의 몸을 끊임없이 밀어 올리는 돌고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때때로 깊은 바다에 빠진 듯 숨쉬기 힘들다고 느낄 때 나를 지탱해줄 사람이 있을까, 내 곁의 누군가 힘들어 할 때, 나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그 존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요.
한국 사회는 실패에 인색합니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워 그만큼 회복도 더딘, 사회적 안전망이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인데요. 그렇다 보니 쉽게 숨 고르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은 자주 두렵고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것, 피스모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요. 힘들어하는 존재 곁에 머물며 호흡을 지키고, 그 존재의 떠난 자리에 충분히 머물고 애도하는 공동체를 참돌고래들로부터 배웁니다.
서로를 지지하고, 회복을 돕는 공동체의 모습,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서로 배우고 또 채우며 살아가는 사회, 아픔과 상실에 머물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2주에 한 번 수요일 아침이 되면, 카시오페아가 모모레터를 배달합니다.
카시오페아는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 나오는 주인공 모모의 친구인데요.
모모가 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되찾아오는 모험 중 길을 잃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지혜의 말을 등껍질 위에 띄워주었어요. 카시오페아가 보여주는 지혜가 가득 담긴 신호를 알아차리고 모모는 슬기롭게 길을 찾아낼 수 있었지요.
카시오페아가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을 경험하고 싶어요.
함께하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