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8 모모평화대학 봄학기 실천평화학 “포스트평창, 탈분단을 상상하다”
4강: 탈/분단 장치의 수행성
작성: 용석
삼 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나머지 한 면은 철조망이 둘러싼, 섬도 아니고 반도도 아니고 대륙도 아닌, 생각해보면 너무나 이상한 상황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 번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 나라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분단된 상태였고 분단 바깥을 살아보지 못한 나는 마치 중세의 신민이 왕과 귀족의 권위를 당연하게 여기듯, 150년 전 유럽의 여성들이 투표권이 없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 물처럼 공기처럼 분단이라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다.
내 아무리 평화활동가라고 해도,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낯설게 바라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더라도, 내 사고는 내 몸을 경유하지 않고는 발현될 수 없고 내 몸은 내가 살아온 이 땅을 삭제하면 해석될 수 없다. 결국 나의 생각도 내가 하는 평화운동도 분단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모 평화대학 2018년 봄 학기 제목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탈분단’을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꼭 갖고 싶었다.
3강 ‘탈/분단의 장치와 수행성’은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풀자면 ‘우리가 살아가는 분단이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분단이 만든 한반도 안에서 살아가며 분단과 어떻게 조우하고 삶을 구성해가는지’를 살펴보는 강의였다. ‘수행성’과 ‘장치’라는 다소 어려운 개념을 통해 바라봤는데, 결국 우리가 분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층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배운 자리였다.
분단을 분석해야 하는 까닭은 두 말할 것도 없이 탈/분단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통일이 아니라 탈/분단인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내 생각으로는 분단이 만든 폭력-강력한 군사주의와 군사안보이데올로기는 단순히 남북 정부의 관계 변화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종전 선언이든, 평화협정이든, 연방제든, 통일이든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분단의 장치들을 걷어 내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분단을 수행하는 우리의 삶을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그 부분은 어쩌면 평화운동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내 공부가 짧아서 그렇게지만 평화운동을 하면서 느낀 바는, 아직 우리에겐 분단 너머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사나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추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에 그치지 않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분단이라는 이름의 폭력과 구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모 평화대학이 내게 던진 탈분단이라는 화두, 3강 ‘탈/분단의 장치와 수행성’에서 배운 분단을 해석하기 위해 다층적인 개념들 덕분에 내가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