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분의 강력한 추천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기회가 되어 참여하게 된 입문 과정은 꽤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힐링의 시간이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해서 플러스 절실함도 있었다.
높은 곳, 제법 머나먼 길은 친절한 사전 메일을 통한 안내와 네비게이션에게 물어 물어 찾아갔다. 예상보다 조금 더 높고 조금 더 깊은 곳에 위치했다랄까? 환대의 분위기와 공간이 주는 따스함에도 첫날이라 어쩔수 없는 낯설음에 슬며시 나눠준 책자를 보는데 내용이 딱딱하고 어렵다. 헙!!!! 강력 추천해 준 지인 얼굴이 잠시 떠올랐다. 토요일, 휴일에 뒹굴모드여야 하는데,
나름 꼭두새벽에 대중교통으로 먼 길 나서서 왔는데, 하루 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니 이 정도 딱딱한 주제의 단방향 수업이라면 조금은 졸아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배움이 시작되었다.
감사하게 책자는 수업내내 보지않는다는 안내에 갑자기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아 다행이다!! 신난다 !!
내게 입문과정은 이랬다. 어떤 상황엔 내 생각의 확신과 연대감으로 신이 났고, 어떤 순간엔 직과적으로 깨닫게 만들어 소름이 돋기도 했다. 권력관계를 직면하게 되는 상황에서 내 모습을 만났을 때 빈 속에 마신 술처럼 속이 쓰리기도 했으며 어떤 순간엔 민망해서 고개를 못들겠다 싶었고 스스로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런 4주의 과정은 쓰나미처럼 나의 머리부터 나의 마음까지 휘감아 버렸다. 입문 과정을 만나기 전 스스로 자평을 해온 바, 나름의 강의 경력, 수업 기획, 참여형 활동도 이쯤이면 참여자들이 꽤 나 즐겁게 때론 매우 수용적으로 받아들였으니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어떤 부분에서 또는 어느 시점인지 스스로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즈음이면 자괴감이 들 법하지만 나는 이미 괜찮다. 왜냐구??? 소박하지만 피스모모를 만나기 시작했으니까!
4주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난 지금 돌아보면 참여자에게 파고드는 깊이감이 너무 달랐다. 참여자의 행동이 아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수업도 흘러갔다. 배움은 놀라웠고 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꽤 긴 시간은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들었다. 참여자들을 직면하게 만드는 상황들, 직면하게 몰고 가는 진행자의 준비된 말들, 날실과 씨실의 정연함처럼 빈틈없는 기획의 꼼꼼함, 예술 활동을 통해 가랑비에 옷젖듯 이미 젖어버리게 만드는 빌드업 과정은 즐거움과 호기심을 더하게 만들었다.
평범하게 사용되는 단어를 살펴보고 단어를 재구성해낸 것도 흥미진진했고 촉진자의 역할을 진행자만 하는 것이 아닌 참여자 모두가 할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의 구축도 매우 의미있게 느껴졌다. 진행자의 화려한 화술이나 비언어적 표현의 능수능란함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필요한 질문을 매우 적절한 시기에 주었고 토의속에서 참여자 모두는 서로에게 촉진자였다.
많이 배웠고 복기를 통해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배운다는 의미를 가진 피스모모 그자체가 입문과정을 관통하는 주제였고 그 한가운데 참여자들은 신뢰와 기대에 차있었으며 배움의 시간 내내 나는 행복했다. 한동안 이 배움의 감정들로 충만해서 잘 지낼 듯 하다.
아직까지 전하지 못했지만 추천해준 지인! 무한 칭찬한다 !!
2024.10.29. 입문과정 참여자 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