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아영 ‘평화교육 프로젝트 모모’ 대표, 세계교육포럼서 ‘돌직구’
지난 2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 메인홀에서는 ‘개인과 국가 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한국 교육’이라는 주제로 ‘한국 교육 특별 발표회’가 열렸다.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이틀째를 맞아 열린 프로그램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한국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을 자랑했다. 토론 패널로 나선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소개했다.
발표와 토론에 이어 질의응답이 끝날 무렵 청중 가운데 한 여성이 나섰다. 그는 “빚을 내 마련한 학비를 갚기 위해 고생하는 청년 세대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균형이 맞는 것 아니냐”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 몇 마디를 미처 끝내기도 전에 주최 측이 마이크 전원을 내렸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는 앞으로 15년 동안의 세계 교육 목표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발표회 90분을 한국 교육 칭찬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발표회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돌발적인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이는 평화교육 프로그램 운영단체 ‘평화교육 프로젝트 모모’의 문아영 대표(32·사진)다. 지난 22일 경향신문과 만난 문 대표는 “한국 교육의 성과를 얘기하려면 한계도 같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발표회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필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교육을 아무리 잘 받아도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학창 시절부터 여러 압박에 떠밀려 살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조차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교육대학을 졸업한 문 대표는 교사임용시험을 치르지 않고 기간제 교사 생활만 3년가량 하다 2012년부터 모모 활동을 시작했다. 문 대표는 “나 역시 학창 시절이 즐겁지 않았다. 성적에 따라 어떻게 하다보니 대학생이 됐지만 1학년 때 문득 ‘그러면 도대체 내 삶은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발표회 발언 이후 문 대표의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한다. 모모 인터넷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한때 마비되기도 됐다. 문 대표는 “교육 문제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면서 “이번 일이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을 이야기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심진용·사진 강윤중 기자 @kyunghyang.>
원본링크: http://www.khan.co.kr/kh_news/art_view.html?artid=201505242125475&code=940401
기사입력 2015-05-2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