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나라사랑교육 전면 폐지 및 공교육의 평화교육 확대 실시 촉구 논평

 

 

▨ 수신자: 각 언론사 사회부, 교육부 담당 등

▨ 발신자: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피스모모)

▨ 날 짜: 2017년 12월 13일 (총 2쪽)

▨ 제 목: [보도자료] 나라사랑교육 전면 폐지 및 평화교육 확대를 촉구한다 

 

 

논 평

 

나라사랑교육 전면 폐지 및

공교육의 평화교육 확대 실시를 촉구한다

 

12월 11일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보훈 예산이 올해 대비 11.2%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확정됐다.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보상금과 수당이 눈에 띄게 인상된 반면, 호국•안보 교육 명목의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지난 7월 새로 임명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나라사랑교육과 폐지 결정이 2018년 예산에 실제 반영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 시작되어 지난 정부까지 확대된 나라사랑교육은, ‘구시대적이며 중립성과 객관성을 위반한 정치 편향적 반공교육, 안보를 빙자한 사상교육’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호국보훈교육진흥법’을 추진해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실시를 법으로 못 박으려는 시도까지 했으나 정권 교체 후 입법 절차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나라사랑교육 담당 부서 폐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전히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을 펼칠 정도로 논란이 많았으나,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의 숭고한 정신 함양’이라는 국가보훈처의 비전에 비추어 보아 “보훈처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의 정신을 기리는 곳”이라는 폐지 이유는 매우 합당하다.

 

피스모모는 전쟁을 정당화하고 상시적 적대관계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군사안보교육 중심의 나라사랑교육 폐지를 주장해온 바, 문재인 정부의 나라사랑교육 폐지 추진 노력과 관련 예산 삭감을 환영한다. 그러나 나라사랑교육이 전면 폐지된 것은 아니다. 국가보훈처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2018년 보훈처 예산 중 20억8천6백만원이 ‘보훈정신계승발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책정됐다. 청소년보훈캠프, 유공자와 함께하는 현충시설탐방, 나라사랑 테마활동 등 강의식 나라사랑교육이 아닌 체험형 교육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강의식’ 나라사랑교육 예산만 전액 삭감된 것일 뿐, 지난 해 ‘나라사랑정신계승발전사업’이었던 것이 앞 명칭만 변경되어 사실상 나라사랑교육으로 실시해온 사업의 일부는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피스모모는 이번 정부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개편 노력에 반가움을 표명하며, 이에 머무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해나갈 것을 촉구한다. 보훈과 유공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살리는 교육이 되려면 외부의 적을 규정하는 적대적 이념교육이 아니라 지난 전쟁의 경험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의 희생과 고통, 선택한 적 없는 전쟁을 수행해야 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을 중심에 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적대적 이념교육으로 점철되었던 지난 정권의 나라사랑교육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에 대한 합의에도 어긋나며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지향과도 동떨어진다.

 

국제사회는 세계인권선언 제26조 2항을 통해 “교육은 인격의 완전한 발달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교육은 모든 국가•인종•종교 집단간 이해•관용•친선을 증진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연합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교육의 목표에 합의했다. 또한, 2015년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해 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것(Goal 16)과 교육을 통한 평화와 비폭력 문화 확산(Goal 4.7)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국가안보의 최종 도착지를 전쟁으로 상상하는 한, 한반도는 현재의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한국의 아픈 역사들로부터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것은 전쟁의 정당화가 아니라 국가라는 이름으로 쉽게 잊혀지고 지워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존엄, 희생에 대한 기억이며, 평화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이다. 국가는 공교육을 통해 전쟁의 공포와 불확실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다시는 한반도에서 그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함을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불어 다음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가 만들지 못한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 새로운 관점의 국가안보를 상상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부서 폐지 및 예산삭감과 더불어 국방부의 학교방문형 나라사랑교육 중단 결정도 환영할 일이나, 제복을 입은 정훈 장교의 학교방문을 중단할 뿐 체험형 나라사랑교육 프로그램은 여전히 진행한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어린이 병영캠프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국제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일이다. 이에 피스모모는 국방부가 어린이를 적대적 행위에 가담하게 하는 모든 형태의 체험교육을 폐지해 나가기를 촉구한다.

 

한국은 독립과 민주주의를 이루어온 과정 자체로 평화와 인권 구축을 위한 배움의 역사를 가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이념 갈등을 전제로 하는 호국안보교육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극복하는 역량을 기르는 평화교육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