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로그] 서울교육과 평화교육이 만나면?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와 함께한 간담회(5/25)

 서울교육과 평화교육이 만나면?

평화교육 전문가 & 활동가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가 함께한 간담회

 

2018년 5월 25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함께하는 “평화교육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간담회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진행하는 연속 간담회 “교육, 길을 묻다”의 첫 자리였는데요.  평화교육추진위원회의 초대로 피스모모도 이 자리에 함께했답니다. 

 

피스모모의 울라쑝(전세현 사무국장), 흥사단(평택) 김혜련 사무처장,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부설 갈등해결센터 김정아 대표와 어린이 어깨동무 김윤선 사무국장 등 평화교육을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과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이대훈 성공회대 NGO대학원 평화학 연구교수,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등 유관분야의 활동가들과 전문가들 2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간담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교육현장에서 다루어지는 평화교육이 분단, 안보 등 거시적 담론을 피해 소통과 갈등 해소라는 미시적 관점의 평화교육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분단 상태의 한반도에서 거시적 관계와 미시적 관계를 연결하는 통합적이고 분석적인 평화에 대한 접근, 평화교육 실행을 위한 교육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 목소리를 모았고요. 

 

김혜련 사무처장(흥사단 평택지부)은 그간 경기도교육청과의 협업 속에서 평화라는 주제의 추상성 때문에 학교 단위에서는 “평화”라는 주제보다는 “학교폭력예방”이나 “비폭력대화”나 “회복적 생활교육”과 같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를 만드는 방식이 교육청의 결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요구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정책 수렴도 중요함을 이야기하며 교사들 사이에서 평화교육에 대한 수요를 기반으로 제도 변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아 대표(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부설 갈등해결센터)는 갈등해결교육을 중심으로 학교현장에 들어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통일교육과 갈등해결교육의 연계 속에서 분단의 현장과 공간들을 재해석하는 프로그램들을 제도화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지요.

 

김윤선 사무국장(어린이 어깨동무)은 학교 단위에서 “평화교육”에 대한 이해가 다양하고 “평화교육”보다는 “통일교육”을 지향하는 경우가 있음을 이야기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해온 통일교육은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과 통일교육원의 통일교육으로 국가주도성을 탈피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는데요. 더불어 그간 서울시교육청과 평화교육을 위한 시민사회 거버넌스를 시도했음에도 접점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이를 위한 정책적 의지와 변화가 필요하며 이런 평화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공간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대훈 교수(성공회대 평화학)는 경기도교육청이 평화교육 교원연수를 진행했던 초기에 평화교육이라는 것이 국가안보를 취약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일부 교원들의 우려가 있었으며 이런 측면에서 교육현장에서 평화교육을 한다는 것은 패러다임 투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패러다임 투쟁의 과정 속에서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고 접근이 쉬운 미시적 차원에서 관계 조정과 갈등 해소를 이야기하는 비폭력대화와 회복적 생활교육을 중심으로 한 평화교육이 확산되면서 분단과 안보 등 거시적 주제는 학교 평화교육의 목록에서 탈락했고 결과적으로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이 분리되는 경향성이 더 확고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시민교육에서 “세계”가 강조되면서 피상적으로 되는 경향이 두드러짐을 지적하며 분단이라는 거시적 구조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지역시민성과 세계시민성을 연결하는 교육적 시도가 필요하며 평화교육의 과정 역시 시민성이 증진될 수 있는 과정으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지요.

 

이찬수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남북교류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참여하는 소수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자유로운 남북교류의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DMZ생태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실행가능한 프로그램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면서 지역교육청간의 협력을 통해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또한 개념적으로 보았을 때 통일보다 평화가 큰 범주이므로, 부등호로 표시한다면 평화가 통일보다 크거나 같다로 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는 내적평화를 추구하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 좁은 의미에서의 갈등해소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를 넘어서서 관계적 지향성을 담아내는 넓은 의미의 평화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개념적 공감대를 확보해야할 필요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 최장현 공동대표(남북북클럽)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교육감들이 남북교류를 주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짚으며 남북교류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있는 다양한 탈북학생들과의 교류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면서 탈북 평화교육 강사와 문화다양성 차원에서 다문화 배경을 가진 평화교육 강사들이 평화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대해서도 제안하였으며, 전세현 사무국장(피스모모)은 결과지향적 통일교육과 과정지향적 평화교육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나가는 과정적 설계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닌 배움의 주체들이 함께 배움을 구성해가는 과정으로서 평화교육이 기획되고 이 기획은 평화교육을 진행하고 담당하는 교육청 관계자 및 교원들을 위한 연수에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함께 참여했던 김율옥 교장(성심여고)은 비민주적인 교육과정 속에 성장한 교사들이 어쩌면 이미 민주적인 학생들을 비민주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만나는 아이러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고, 근래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스쿨미투로도 이어지고 있고 젠더 감수성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교사들의 경우, 학생과의 만남 자체를 스트레스로 받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교육 혁신을 제도에서 결정하고 교사 책임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준비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후보는 지난 4년간 진행해왔던 세계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것을 지향했지만 불가피한 피상성이 발생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며 지역의 문제와 세계의 문제를 연결하는 시민성과 시민교육에 대해 2기 서울교육을 통해 실천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평화를 주제로 한 ‘평화시민교육’ 교재를 발간하고 그에 따른 교원연수 및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겠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참석자 중 일부는 평화교육이 또 다른 추가 업무로 여겨져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높이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저항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되며(임은경, 평화교육진행자), 거시적 평화담론을 일상의 구체적인 학교폭력 상황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염미연, 청소년정책/학교폭력 전문가)는 의견,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이 교육부의 정책으로 진행되어 오면서 지역단위 교육청과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앞으로 서울시교육청과 더 밀접한 협업이 있기를 바란다(지선미, 유네스코 아태교육원)는 바람도 나누어주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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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의 취소 소식이 들려온 다음날 열렸던 평화교육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평화는 긴 호흡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공감하며, 그런 의미에서 평화교육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기대하는 태도를 경계함으로써 교육 전반에서 평화감수성과 평화역량이 증진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민관 거버넌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을 모았습니다.

 

한반도 대전환의 시기, 평화교육을 통해 만들어갈 교육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기대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피스모모에서는 교육감들의 평화교육정책을 분석, 정리하고 있는데요. 그 자료도 곧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