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1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을 돌아보며 by 단비

평화교육과 인권교육 사이 그 어딘가

 

작년에 코로나의 영향으로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올해에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빠진 회차를 수강하려고 했는데 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내어 첫 회차에 참가했다. 늘 그렇듯 피스모모와 함께 하는 공간에서는 ‘느려도, 사소해도, 달라도 괜찮았다.’ 빠릿빠릿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비슷하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았고 내가 그저 나인 것으로 충분했다. 나이, 성별, 외모 등 많은 보이는 것들을 내려놓고 온전히 서로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고 함께 배우고 소통했다. 나는 모든 과정이 서툴지만 즐거웠고, 실수했지만 괜찮았다. 회차를 더 해갈수록 인권교육 진행자로서의 고민은 깊어졌지만 마음만은 가뿐하고 평온했다. 

 

 

▲ <존재의 그림 그리기> 활동을 통해 돌아본 내 존재의 모습

 

이번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아보자면, ‘태풍이 몰아치는 섬’, ‘이웃들’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섬은 각자 다른 섬에 고유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태풍 때문에 서로 만나게 되면서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경계와 정체성 부여를 통한 우리-타자의 발생과 상호 경험을 여러 단계를 거쳐 분석하고 성찰하는 활동이다. 이웃들은 서로 이웃인 두 명의 등장인물이 각자의 집 사이에 핀 꽃을 소유하기 위해 갈등을 벌이다 폭력과 죽음에 이르는 영화 <이웃들(Neighbors)>을 본 후, 어떤 장면에서 갈등이 촉진되었는지, 폭력과 경계는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적대적 갈등의 특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며 젠더와 군사주의 등을 성찰하는 것이다. 

 

 

▲ 함께 쓴 평화의 시를 발표하는 배움 동무들과 나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에서 여러 가지 평화교육 활동을 직접 해보면서 평화교육 진행자로서 필요한 역량과 태도, 감수성을 좀 더 기를 수 있었다.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나의 배움 동무들과 함께 평화교육에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교육 진행을 준비할 때 무엇을 미리 고민해야 할지, 진행자에게 기대되는 역량과 역할은 무엇인지 등 혼자 하기 어려운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다양성 교육, 젠더 교육, 인권교육 등 각자 진행하는 교육의 모습은 다르지만 어떻게 하면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지, 진행자가 가진 권력을 어떻게 현명하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교육 과정 자체를 좀 더 평화적이고 참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등 서로 비슷한 질문에 대해 고민했다. 나는 평화교육과 인권교육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지만 교육이 가진 경계나 용어 그 자체 보다는 중첩되는 고민과 질문 자체에 좀 더 집중했다. 특히 기꺼이 함께 고민을 나누어 준 배움 동무들 덕분에 추상적인 의문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구체적인 질문으로 변할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함께 했던 모든 배움 동무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 한 달 동안 서로 배움의 의미를 되새겨주었던 나의 배움 동무들 

 

 

2021년 11월의 어느 날,

단비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