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낯설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서로서로,
많이많이,
좋아좋아,
첫 시간에 나눈 모드세팅의 단어들이 숨가쁘게, 쉼없이, 직진으로 달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평화의 빛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무더운 여름, 숲속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처럼 느껴졌다.
날이 갈수록 전쟁과 폭력, 대립과 갈등, 분열과 위기의 소식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를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과연 평화로운 세상이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유독 아이들을 만날 때면 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데, 의문 뒤에는 암울한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 당장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죽어서도 떳떳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하마다 게이코의 “평화란 어떤 걸까?”라는 동화책에서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차올랐다. 전쟁이 없는 세상,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세상, 나아가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고,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도 당당히 말할 있는 세상,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아침까지 푹 잘 있는 세상.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생각하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피스모모를 찾게 되었고,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이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피스모모의 교육은 여느 다른 교육과 차별화되어 있었다. 졸린 틈을 찾기 어렵게 하는 역동적인 체험을 하고, 활동이 끝나면 배움동무들과 모둠 별로 모여 관찰하고 느낀 것을 함께 나누고 표현하는 즐거움은 서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 더 풍요롭다는, 잊혀져 가는 진리를 깊이 체득하게 해주었다.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고, 성찰을 통해 종합하는 훈련을 하다보니, 나 자신과 공동체안에 내재된 힘과 아름다움에 함께 감탄하게 되었다. 서로가 진심으로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체험은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회차가 더할수록 우리가 함께 할 때 더 아름답고 안전한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교육에 참여하는 동안 평화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차오르면서, 계속 내가 배운 것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열정과 욕구가 생겨났고,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의 미래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평화의 달인이 되어 우리가 만든 세상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4주 동안 함께 한 배움동무들과의 만남과 인연, 나눔은 나에게 귀하고 소중한 보물을 안겨주었다. 배움동무들의 다양하고 순수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이 세상이 살만한 것은 이런 분들이 사회의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감동을 느꼈다. 모두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었다.
특히 '평화는 모두의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10년이 넘게 분단의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성실히 뿌리고 키워내는 피스모모의 아영, 대훈, 영철, 뭉치, 가지님과 같은 분들이 있어 내가 이렇게 멋지고 행복한 평화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 깊이 감사하다. 항상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삶을 경험함으로써, 이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그때까지 피스모모의 모든 가족들이 지치지 말고 함께 걸어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