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폭탄을 만들었을까?
어이없이 시작한 전쟁은 끝나지 않고 상상보다 잔인한 폭격의 장면을 우리는 음소거할 수 있고, 리모컨을 돌려 버릴 수 있다. 바쁘면 오늘은 전쟁 뉴스를 보지 않고도 지낼 수 있다. 몇 년 전 아프간 공습을 피해 입국하는 소녀의 꼭 안은 인형을 보며 가슴이 정말 아팠다. 평화는 어디에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피하면 안 볼 수 있는 현실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던 중 피스모모의 메일이 눈에 들어 왔다
정확히 언제부터 메일링 서비스를 받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나에게 해당되는 게 없는 것 같았는데 이번 주제는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엄청난 마감의 스트레스에도 강연을 듣기로 하고 어색한 줌 카메라 앞에서 눈만 껌벅거렸다.
이경주 교수님의 평화권에 대한 다섯 번의 강의 속에 내가 관심 있는 무기 수출에 대한 한 회차가 있기도 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첫 수업은 대한민국의 헌법 개정사를 들었다. 현대사를 법적인 관점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사건 위주로만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달리 헌법개정사로 생각해보니 더 선명히 현대사의 흐름이 보여 재미있는 첫 수업이었다.
다시 시험보면 다 맞을 것처럼 공부가 되는 기분이어서 첫날은 정말 뿌듯했다. 강의 후 토론도 이어졌는데 이런 수업인 줄 모르고 좀 떨었다. 참여하신 분들이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갖고계신 분들이어서 사실 좀 놀랐고, 평화교육에 역량을 갖고 계셔서 얘기를 듣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었다.
회차를 거듭하며 평화권은 인권의 확장된 개념이며 넓은 의미의 인권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예시들과 더불어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회에 만연한 군사주의 문화가 가부장적인 문화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도 와닿았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다시 짚어 생각해보았다.
마지막 날은 활동가 윤석님과 가람님이 에코사이드 운동과 AI전쟁무기 얘기들을 들려주셨고, 현장을 지키고 있는 활동가님들의 생생한 현장담(어떻게 싸우고 있는지)과 함께, 강연은 마지막까지 알찬 만남이었다.
진행하는 5회 내내 나는 평화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누면 좋을 강연이라 생각한다.
눈감아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지금 이 시간에도 전쟁을 겪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또 우리를 생각한다. 이런 강연을 마련해주신 피스모모에 감사를 드린다.
*참 수료장을 받으니 더 없이 좋았다.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