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5 봄,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을 마치고 by 이한솔

미얀마, 서울, 남해, 제주를 거치며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고 일을 거듭할수록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조직이나 시스템 안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이 자꾸만 커졌다. 모든 경험이 그러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경우에서 누군가의 의견이 쉽게 묵살되었고 어찌어찌 결정된 내용은 사실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것이었다. 성별, 지위, 경험의 차이 등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환경이 불편했지만, 개인이 그 시스템에 균열을 내려는, 변화를 주려는 노력은 어차피 유효하지 않을테니 의미 없을 거라고 비겁하게 지레짐작 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경험들을 뒤로하고 그 이후로는 조직관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것들에 넓고 얕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관심에서 이어진 물음은 모두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고 운영할 수는 없는건지, 좋은 리더십은 무엇인지 였고, 그 중심은 잘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었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라 꽤 오래 고민하긴 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용기 내어 서울행을 결심했다.

임파워링을 위한 퍼실리테이션 스킬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4일간의 교육이 진행되었다. 생소하거나 처음 들어보는 개념들은 아니었지만 반복해서 몸을 움직이고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기존에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기존의 힘을 해체하여 재결합하고 권력이 이동하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던 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간 지나왔던 불안했던 수많은 회의와 토론이 스쳐가며 그때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지 자연스럽게 떠올려보게 되었다.

늘 상대에게서 혹은 시스템 전체를 문제 삼았던 난 돌이켜보면 늘 먼저 달라져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갈등 속에서 틈이나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는지, 상대의 이익과 니즈를 읽어 보려 한 적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교육 이후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넓어졌고, 나와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환대하고 질문하고 초대하는 촉진자로서, 의미를 확장하는 연결자로서, 좋은 모임을 만들어가는 설계자로서의 역할과 태도를 잊지 않고 반복 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참 안전한 공동체를 만났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고 편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다정한 분위기에서 세션을 이끌어 주신 대훈과 가지에게, 함께 이야기 나눴던 동료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과 힘을 주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가 우리의 현장이 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