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28 피스모모 평화교육 진행자 되기 심화과정 돌아보기
1. 진행자되기 심화과정. 심화, 심화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심화반에 배정되었던 기억이 있다. 성적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다른 학생들에 비해 보충학습이 많이많이 필요한 반이었다. 그럼에도 심화라는 말 때문에 기분이 덜 나빴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엔 심화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으면서 무언가 더 채우게 될 거라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받았나보다.
이번에도 심화는 비슷하게 다가왔다. (이제 와 다시 보니, 심화라는 글자는 보면 볼수록 그 의미를 모르겠고 부담되는 요상한 단어다..!) 그 의미에 대해 크게 생각하진 않았다. 평화교육 진행자되기 입문과정이 너무 재미있었고 따뜻했고 순간순간 많이 배웠기 때문에, 평화교육에 대해 좀 더 알고 싶고, 내가 느꼈던 안전함과 배움의 순간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별 생각 없이 심화과정에 신청했다.
2. 건물에 도착해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가는데, 멀리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대화 소리에 벌써 따뜻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처음 보거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조금 어색함도 있고 말도 잘 나오진 않지만 눈으로 전해지는 느낌. 조금씩 보태 완성한 다과.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 모모다운 인사와 시작. 아, 실감난다. 신난다.
입문과정에서 경험한 재미와 안전함과 배움에 익숙해질 즈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와르르 다가온다. 군사주의와 젠더를 개념지도로 정리하고 내 언어로 풀어내기, 다른 사람의 말 요약해보기, 갈등 분석하고 대안 찾아보기. 다양한 질문법 이용하고 토론하기, 직접(!) 교육을 만들어 진행해보기.
지금 생각해도 어렵다. 명확한 답을 정해주거나 결론짓지 않는다는 건 참 큰 장점이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따뜻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가만히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틀 동안 제일 많이 했던 생각은 이거다.
‘할 수 있나, 내가?’ ‘아, 이걸 지금 하는 거에요?’
‘주원님이 입문과정 돌아보고 오면 좋다고 했는데, 오며가며 틈틈이 공부 좀 할 걸.’
3-1. 심화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말할 때 누군가 나를 쳐다봐주고, 웃어주고, 고개 끄덕여주고, 칭찬해주고, 내 말에 의미부여 해주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더 열심히 듣고 열심히 고개 끄덕였다.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으니까!
3-2. 돌아보니, 난 왜 배움을 심화한다고 했을 때 나의 배움만 생각했을까?(하게 되었을까?) 대훈님이 스치듯 했던, 심화과정은 나의 배움보다 다른 사람의 배움을 더 촉진하는데 그 목적이 좀 더 있다는 말에 의하면 난 꽤 열심히 했고 잘했는데 말이야.
3-3. 여전히 과제는 많다. 마음은 편하다.
4. 택시 운전사 활동은 곱씹을수록 재미있다. 택시 승객이 눈을 뜬다는 것, 말을 한다는 것, 펜을 위아래가 아니라 바닥과 수평한 각도로 잡는다는 것, 아예 펜을 버리고 손을 잡는다는 것, 또는 꼭 둘이서가 아니라 혼자서도 택시를 운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5. 심화과정이 끝나고 책상을 꾸몄다. 스티커들이 ‘날 왜 장식으로만 사용하니?’라고 물으며 서운하지 않게 해야지. 서운해 한다면 사과해야지.
– 참여자 김영철님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