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By 피스모모 / 2017 평화교육 진행자되기 심화과정

2017 평화교육 심화과정 후

박피스모모

 

군사주의에 대하여 고민해오고 이야기 해 왔지만, 그 중심으로 들어가 만난 경험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움의 중심에는 “화”가 있다. 원치 않게 끌려 온 청년들을 모아 넣어 둔 그 좁은 공간은 그들의 “화”로 가득했다. “화”는 쉬지 않고 요동치며 표출의 대상을 찾아 날을 세웠다. 사실 그 대상은 정해져 있었으나, 압도적인 힘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그에 반하는 사람은 적잖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감히 대상으로 삼지 못했다. 계급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군대 안에서 사람들은 그들끼리의 계급을 만들었다. 훈련소 안에서 가장 약자인 훈련병들 사이에서 ‘약자들끼리의 강자’가 생겨났다. 그에 따라 ‘약자들끼리의 약자’ 또한 생겨났으며, 그렇게 “화”는 상대적 약자들에게 고스란히 향했다. 실제의 “대상”을 대상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약자를 찾아 서로가 베고 베이는 그 모습이 나에게는 전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훈련소 수료 이틀 만에 모모 평화교육 진행자 되기 심화과정에 참여했다. 환대와 참여자들 상호의 에너지로 데워져, 심화과정은 이틀 내내 따듯했다. 훈련소 경험 덕분에 심화과정의 주제들을 더 예민하게, 세심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두 시간의 이어짐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 노란 참외를 딸 때면 기분이 참 좋은 걸 보니 나한테 참외는 평화인갑소.” 소성리 노수덕 할머니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했던 편지에 적힌 이 구절을 잊을 수가 없다. 작년 이맘때쯤 모모와 처음 만났다. 매번 만날 때면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이미 모모는 나에게 참외인가보다. 일 년간의 이어짐과 이번 심화과정은 앞으로 맺힐 참외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되겠다.

 

“심화”는 말 그대로 “깊어짐”이었으며 내면의 변화와 가까웠다. 개념에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심화과정은 평화에 대한 고민의 깊어짐으로 귀결했다. 깊어진 고민은 심화과정의 여운이고 뜸이다. 그 여운과 뜸이 우리 삶 속 폭력에 틈을 낸다고 믿는다.

 

우리의 세상은 잔잔하지 않다. 출렁임 속에 틈을 만드는 것. 틈에서 방문객을 환대하는 것.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들을 더듬는 환대의 바람이 일어,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것. 그것이 평화인갑다.

 

우물 안도현

 

고여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신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 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참여자 박피스모모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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