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서치랩 실장 가연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가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인데요. 저는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일본 미나마타와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동북아시아평화교육훈련원( NARPI, Northeast Asia Peacebuilding Institute)에서 뜨거운 날을 보냈습니다. 2일간의 미나마타 필드 트립과 5일간의 “갈등과 평화세우기 프레임워크(Conflict and Peacebuilding Framework)” 에 진행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지난 해에 피스모모를 방문하여 살롱드모모로 함께했던 나츠하 카지타(Natsuha Kajita)와 공동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짧은 가족 여행과 이동시간을 합치니 2주 남짓되는 긴 출장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교육이 예정되어있는 미야자키 인근 바다에서 7.1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일정을 취소해야 할지를 놓고 주최측과 긴 토론이 오가기도 했는데요. 여러 상황을 타진한 끝에 대부분의 참가자와 진행자, 사무국은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는 데 동의했고, 다행히 모든 일정을 안전히 마무리했습니다. 덕분에 태평양의 섬을 연상시키는 미야자키 바닷가에서 평화와 갈등을 놓고 고민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도 있었는데요. 피스모모의 활동이 어떤 인사이트를 만들었는지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나르피는 2주간의 교육 중간에 필드트립을 진행했는데요. 이번에는 필드트립 이후 약 1주일간 교육을 열렸습니다. 필드트립은 미나마타 병(이타이이타이 병으로도 알려진)이 발생한 미나마타에서 있었는데요. 미나마타 병 피해자 분들의 스토리텔링, 지역 활동가와 지역 정부 관계자들의 발제 등을 통해 다각도로 학습하는 기회였습니다.
미나마타 병은 1908 년에 미나마타에 설립된 ‘칫소(질소) 기업’이 1932년부터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수은을 30년이 넘게 바다로 방류하여 야기된 병입니다. 미나마타는 생선과 조개류 등의 해산물을 주식으로 삼는 지역인데요. 수은에 중독된 생선을 오랜기간 섭취하면서, 사람은 물론 고양이까지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미나마타 병에 걸린 환자는 뼈와 장기 곳곳에 수은이 축적되어 뇌 기능 손상과 경련, 전신 통증을 호소하며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미나마타 병이 어떤 경로로 발병하게 되는 지 밝히는 과정도 지난했지만, 칫소 기업이 방류한 수은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도 일본 정부는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문제를 덮으려고 시도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30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보상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족과 공동체가 칫소 기업을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결과 칫소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이를 방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데는 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피해자 다수는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고, 보상과 상관없이 병으로 인한 고통은 물론 사회적인 편견에도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미나마타에서 공동으로 학습한 상황은 이후 수업 전반에 걸쳐 사례로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4일간의 워크숍과 서면 발표 및 진행자 피드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피스모모의 모드 세팅과 자기 표현카드 영문판으로 모두를 환영하며 수업을 열었는데요. 동심원 대화 등으로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잘 듣고 말하는 연습을 통해 수업 전반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다양한 폭력의 구조를 살펴보고, 그러한 구조 속에서 힘이 작용하는 모습 또한 살펴보았는데요. 의자로 힘의 모습을 조각하는 활동을 통해서 힘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휘두르는 부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연대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힘과 폭력의 구조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불평등한 구조의 기반이 되는 정체성을 살펴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정체성의 색깔을 펼쳐보기도 했어요. 또한 갈등이라는 키워드를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며, 각 사회에 내재된 갈등에 대한 관점들을 낯설게 해 보았고요. 그 과정에서 나의 일상과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갈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특히 비인간존재 되어보기 활동을 통해 미나마타에서의 수은 방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해양 생물들의 아픔을 상상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후 진행된 갈등 분석 툴을 적용하여 갈등 전환과 평화세우기의 가능성(Entry Point)을 모색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은 각 참여자가 갈등 분석 툴을 적용하여 갈등 사례 한 가지를 분석하고 서면으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3일간의 수업을 통해 언급했던 개념들을 일상의 문제와 연결하고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어 의미있었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각 참여자들이 제출한 서면 발표에는 진행자로 참여한 나츠하와 함께 피드백을 전달하여 서로 배움의 순간을 기대해보았습니다.
이번 나르피는 미나마타와 미야자키라는 배움의 공간에서 평화와 갈등을 온 몸으로 보고 듣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만큼 피스모모의 활동이 촉진하는 배움의 작용 또한 새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에 피스모모 아영과 대훈이 도쿄에서 진행한 워크숍 참가자를 나르피에서도 만나기도 했는데요. “태풍이 몰아치는 섬”이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청소년 교육에 적용하려고 한다고 전했고요. 함께 수업을 했던 한 참여자는 피스모모의 영어 자기표현 카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답니다. 여러 개 구매해서 널리 알리고 싶다고요.
이러한 관심들 덕분에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이 일본에서도 활발히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 또한 생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