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이에요.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오랜 시간 쌓여온 분단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다.
남북철도 연결을 논의하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주변 감시초소(GP)들을 폐쇄하기도 했지요.
“와- 조금 있으면 서울역에서 기차타고 프랑스 파리 에펠탑 보러 갈 수 있는거야?”
기대감이 차오르기도 했었죠. 원래 우리나라가 대륙이랑 연결되어 있었지? 너스레도 떨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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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날이 어느 새 두 해나 지났습니다.
들떴던 마음이 무색할 만큼, 2019년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고,
어렵사리 만난 2차 북미정상회담과 스톡홀름실무협상에서도 판문점 선언을 이어갈 만 한 의미있는 합의는 도출되지 못했지요.
그 때 마다, 우리.. 그냥 평범한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남북에 살며 숨쉬는 사람들, 우리들의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다 낼 수 있는 것일까?
조소섞인 질문을 내뱉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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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되지 않았죠.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 이상하다던데.. 아니 사망했다던데?? 하는 뉴스들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정보의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CNN의 보도인지라 무시할 수가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죠.
일각의 북한 전문 기자들은 보도에 신빙성이 없다 했고,
통일부와 청와대 역시 북한에서 이상동향이 감지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인데도
일단 보도부터 하고 보는 형식의 기사들이 벌써 90만개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중앙일보는 준비했던 김정은 사망 보도를 30초 가량 온라인에 노출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요.
중앙일보는 24일 오후 “준비기사/A▶️[김정은 사망]코로나 엎친데 덮친 韓경제 ‘시계제로’…위기대응 강도 높여야” 기사를 썼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급기야는 가짜 뉴스 영상이 SNS상으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고,
일부 언론들은 옳다구나 받아서 보도하기 시작했어요.
결국에는 주요 언론사 중 하나인 JTBC 뉴스룸에서 가짜뉴스 영상을 다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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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의 보도에서는 이런 보도 행태를 꼬집어 비판했는데요,
특히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총선보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보도의 문제점을 짚은 부분은 평화저널리즘과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이번 사안을 ‘흥밋거리’로 소비하게 만드는 기사도 끊이지 않았다. 21일 인사이트는 “‘23일 제2차 한국전쟁 발발한다’ 김정은 중태설에 재조명되는 전대숲 예언 글” 기사를 썼다. 익명으로 게시글을 쓰는 전국대학생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전쟁 예언글을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연계해 쓴 기사였다. 인사이트는 “‘의식불명, 코로나19, 사망’···‘건강이상설’ 휩싸인 김정은 둘러싼 소문 5가지” 기사를 통해 김여정 감금설 등 근거가 희박한 소문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총선 국면에서 차명진 전 미래통합당 후보의 막말을 다루는 언론 보도를 지적하며 인용 보도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가이드라인 가운데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말 것’ ‘헛소문이나 추측성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여과 없이 중계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 등은 이번 사안에도 적용 가능하다. 주장을 전하는 보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확신할 수 없을 때는 독자가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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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겪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뉴노멀(New Normal)'이란 무엇이며 또 무엇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요,
한국 언론은 어떤가요? 충분히 그 고민에 참여하고 있는지요?
정전상태의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적 없이 70년이 넘는 분단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남북관계와 관련된 많은 사항들은 국가 기밀로 취급되고 정보가 제한됩니다.
가장 민주화되지 않은 영역이 바로 국방, 국가안보 영역이지요.
이 영역의 정보들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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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저널리즘에서 경계하는 보도 행태 중 하나가 엘리트 중심의 보도인데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하는 분명한 역할이 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좋은 사례이지요.
하지만 정부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남북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을 포함해
다양한 주체들의 다채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장관이나 대통령의 행보만 보도되다 보니
그들의 손에 평화 전체가 달려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해요.
저널리즘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애쓰고 계시는 언론인들의 노력이 평화를 세우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세워가는데 기여하는 저널리즘,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저널리즘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저널리즘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0년 두 번째 4월 27일
저널리즘의 뉴노멀, 평화저널리즘을 기대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모두의 것이니까요!
PEACE AS COMMONS!
P-JAR, Peace Journalism 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