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스모모의 영철입니다.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만날 때면, 남학생들 사이에서 ‘게이 새끼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저는 게이라서, ‘그래 게이다. 뭐 어쩔래!’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요. 개인적인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퀴어 학생이나 교사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혐오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특정 사람의 언행을 지적하는 것이, 배움이나 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르치지 않고 서로 배우는 시공간을 만들어가려는 피스모모의 지향과 교육 진행자의 역할에 비추어보건대, 어떤 대응이 적절한지 생각이 많아지지요. 우유부단하며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 역시 특정한 메시지이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개인적으로 다가가 질문을 하거나, 해당 발언이 모두에게 공유되는 배움 재료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의 소재로 가져오곤 합니다. 저는 학교 청소년분들과 항상 같이 생활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책임지지 못할 개입을 하는 것은 아닌지, 더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은 계속 남습니다.
만약 학교나 일상에서 만나는 청소년이 비슷한 말을 한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그 나이대의 남학생들이면 으레 그렇다거나, 별 심각한 뜻 없이 말한 거라고 넘어가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당사자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2024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43%가 학교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어 외롭다고 느낀 경험이 있으며, 76%가 혐오와 따돌림의 표현으로 인해 자신을 안전하게 드러내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아웃팅(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일), 모욕, 폭력과 같은 부당한 일을 겪은 사람은 39%에 달했지요. 2022년, 다움의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년의 33.6%가 최근 1년 동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고, 41.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습니다. 아수나로의 실태조사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해 양적으로 실태조사를 한 연구는 2006년, 2007년,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평화, 그리고 배움은 나를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기반으로 합니다.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말은,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충분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말과도 같지요. 그를 위해서는 나의 안전함 뿐만 아니라,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도, 내 주변의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어갈 책임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성소수자 청소년/청년에게 안전한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면 좋을까요?
5월 17일, 오늘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입니다. 34년 전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가정의달로 불리는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처럼 간결하게 성소수자의날로 부를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왜 ‘혐오 반대’를 명시한 걸까요? 질문과 함께 살펴보면 좋을 몇 자료를 소개합니다.
1.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학교에서 무지개길 찾기>
https://www.ddingdong.kr/xe/data/11602
2. SOGI법정책연구회 <성소수자 친화적 직장을 만들기 위한 다양성 가이드라인>
http://diverseguide.org/book-download/
3. 민주노총 <성소수자와 함께 평등한 일터 만들기>
https://nodong.org/publicity/7243580
4. 피스모모 <혐오, 교실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교사를 위한 평화배움 교안 시리즈 5>
https://peacemomo.org/boardPost/110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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