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스모모 평화저널리즘 팀장 김가연입니다. 

 

지난 여름, 우리 삶을 깊게 훑고 간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공의료 논의가 그 중 하나일 텐데요,

정부와 여당의 공공의대 설립안 발표와 그에 반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의료계 총파업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렀습니다.

 

여전히 공공의료를 둘러 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보도는 어떠했는지 평화저널리즘의 관점으로 짚어보겠습니다. 

 


 

 


31일 대구 경북대학교병원 본관 접견실 앞에서 병원 교수들이 보건복지부 전공의 근무 실태 파악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 70여 명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병원 방문 시간에 맞춰 검은 마스크를 쓰고 항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연합뉴스 

 

 

► 공공의료와 공공의대, 언제부터 논란이 되었죠?

7월 23일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 을 결정했습니다.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오는 2022년부터 10년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증원하기로 했다. 이중 3000명은 지역의사로 선발해 10년간 지역에 의무 복무해야 한다. 나머지 1000명은 역학조사관 등 특수전문 인력으로 배정될 방침이다.

 

공공의대 설립안은 지난 2018년 10월,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정책입니다. '국가나 의료취약지에 꼭 필요한 필수보건의료인력을 기존 의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직접 양성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새로운 정책이 아닌데도 공공의대가 논란이 된 이유는 선발 과정에서 시민사회 단체가 추천권을 가진다는 정보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방안 중 ‘시·도별로 학생을 일정 비율 배분해 선발한다’는 내용과 기존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대한 설명이 뒤섞이면서 ‘시·도 지사 추천 논란’이 나온 것이죠.(한겨레: 공공의대 게이트’?…정부 해명에도 꺼지지 않는 가짜뉴스)

 

의료계가 특히 반발한 지점은 의대생 정원을 늘릴 만큼 매해 배출되는 의사 수가 적지 않다는 것, 공공의대 학생 선발 과정이 정당하지 않고, 공공의대 졸업생은 의사 자질이 불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당정의 정책으로는 의료 자원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 입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회 등의 의사 집단은 이러한 논지를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우리 나라 인구 당 의사 수는 충분하며, 의대 졸업생 증원 보다는 배치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반면에, 같은 통계 자료를 놓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완전히 반대되는 해석을 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수는 부족한 실정이고, 공공의료기관을 통해 의료 지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팩트체크] 의사협회 진료거부 사태에서 제기된 주장에 대하여)

 

의료계 내에서도 정책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8월 7일), 개원의를 비롯한 의사협회 파업(8월 14일), 전공의 2차 총파업 (8월 21일)과  전국의사 총파업(8월 26일)이 이어지면서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섞인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9월 4일, 정부 여당과 의협(대한의사협회)의 단독 협상으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전공의들은 물론 국민들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의료 파업은 일단 중단되었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그리고 이에 따른 주요 대학병원장들의 대국민 사과 및 국시 재응시 요청, 의-정 협의체 구성 등 공공의료로 촉발된 갈등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 공공의료를 다룬 보도인지? 단순히 갈등을 다룬 보도인지?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요? 정책에 대한 해석과 의견이 다분할 때, 언론이 해야할 역할 중 하나는 '다양한 소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공의료'라는 커다란 이슈 덩어리를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시각에서 전달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이슈가 불거진 7월 23일부터 10월 18일까지의 주요 지면 언론사는 공공의료 자체에 대한 관점있는 보도 보다는 이슈가 양상한 '갈등'을 다룬 보도를 내세웠습니다. 

 

의사 파업, 의대생 국시 재응시, 의-정 협의체에 쏠린 관심

보도 기사 건수로 비교해 봐도 언론과 사회의 관심사가 어디에 집중되었는 지 잘 나타납니다. 같은 기간 동안 '공공의료'를 포함한 기사가 542건인 것과 달리, '의사 파업'을 키워드로 포함한 기사는 1677건, '국시(국가고시)' 를 포함한 기사는 659건, '공공의대'를 포함한 기사는 1450건으로 크게 차이가 납니다. 공공의료 자체에 대한 필요성이 이슈의 골자로 자리 잡히지 못하고,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생 증원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의료계 파업과 의대생 국시 재응시 여부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이슈의 중심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슈의 재논의를 이끌 의-정 협의체 구성 또한 이목을 끄는 갈등 지점이 되었습니다. 

 

이쪽 아니면 저쪽, 찬반 진영으로 단순화된 이슈

공공의료도 다른 갈등처럼 여러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층위로 관련된 이슈입니다. 이슈의 바깥에서 의료계 파업 및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은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해당 이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과 전공의의 의견을 보도한 매체는 극히 드물었죠.(민중의 소리: “이제는 돌아올 때” 전공의 안에서도 ‘진료거부 중단’ 목소리 다른 생각 가진 의대생·전공의 “의문만 제기해도 ‘반역자’로 몰려”)

 

의료계 내에서 공공의료 및 의사 파업에 대한 다른 의견을 조직적으로 낸 곳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인의협)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인의협 이보라 공동대표의 인터뷰를 담은 경향신문의 기사는 의료계의 문화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이를 넘어선 정책 제안까지 포함하여 의료계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향신문: 의사가 의사파업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다수의 언론은 이슈의 양극화를 통해 갈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의협 VS 병협', '의협VS 대전협' 등의 구도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보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의사단체 간에도 찬반 양론으로 입장이 나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증원 정책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반면, 대한병원협회는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코로나19 속 의사들 파업 단행할까…정부 의대정원 증원 두고 의협 '반대' vs 병협 '찬성' 갈려)

 

이해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양분화하여 보도했습니다. 공공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10명 중 6명이 찬성하고, 의대생 국시 재응시는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설문조사를 인용한 보도들이었습니다. 특히, 이념 성향과 이슈 찬반을 연결한 보도는 이슈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 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보수는 찬성(57.8%)이 반대(35.8%) 의견보다 많은 반면, 중도(찬성 37.8%, 반대 56.3%)와 진보(찬성 19.3%, 반대 77.3%)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국민 10명 중 6명 “의대생 국시 재응시 반대…불공정”

 

공공의료 보도, 수혜자의 목소리는 어디에?

또 한 가지, 공공의료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의료 공급자인 의료계의 목소리를 중심의 이슈 보도가 주를 이루었고, 수혜자인 일반 시민의 목소리는 '시민단체' 혹은 설문 응답, 여론 등으로 극히 축소되거나 간접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공공의료 보도'에 대한 빅카인즈의 키워드 분석, 의료계/의협/의사단체/의대생 등 한정된 이해관계자 그룹이 돋보인다.

 

논의에 포함되어 마땅할 국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다양한 의사 그룹의 목소리를 보도한 기사는 손에 꼽습니다. 의료계의 목소리도 서울이라는 중심지에 한정되었습니다. 국민일보의 '시골의사' 인터뷰는 지방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의 목소리는 물론, 의료 서비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제안도 포함하고 있어 의미 있는 보도입니다. 

전남의 한 군에서 12년째 개인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모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시골의사 김씨는 경영난 속에서 “가족에게 못할 짓만은 하지 말자”는 것으로 목표를 낮췄다. 또한 영세한 병원 사정상 안과·이비인후과 등의 경우에는 디테일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민간의료원이 갖추기 어려운 부분을 공공의료로 보완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일보:정부·의협 싸움에 잊혀졌다” 진짜 시골의사의 호소)

 

이번 이슈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제안한 의-정 협의체도 의료계와 정부라는 한정된 이해관계자만 포함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는데요, 경향신문의 보도가 이를 조명했습니다. 

의료계 갈등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왜 의료정책을 의사와 정부끼리 결정하나. 의사가 의료전문가라서? 전문가가 제일 좋은 정책을 만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수혜자이자 가입자인 국민과 환자가 당연히 의료정책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경향신문: “왜 정부·의사끼리 의료정책 결정하나…수혜자인 국민도 참여해야”)

 

 

 ► 그 밖에, 주목할 만 한 기사들

 

공공의료라는 이슈를 '공정성'의 가치로 해석한 기사는 '공공의대 설립이냐 아니냐' 혹은 '의대생이 국시를 재응시 하게 해야 하나' 등의 표면적인 논란 너머의 보이지 않는 영역을 조명합니다. 

이런 의대의 입장권을 확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수능인 것이다. 따라서 ‘추천’이라는 요소가 개입된 전형(지방 의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해도)으로 공공의대 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들이 의사로서 일할 자격이 있는지와 별개로 자격 없는 이들이 받는 과도한 보상, 즉 ‘무임승차’로 간주된다.

 

젊은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한 데에는, 의학전문대학원과 관련된 ‘조국 논란’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도입했다가 사실상 폐지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출신 의사들의 입지에 주목했다. “의전원 선발 과정이 실제로 ‘아빠 찬스, 엄마 찬스’로 불리는 불공정 시비에 많이 휩싸였다. 익명 게시판이나 맘카페 등에서 의전원 출신을 ‘의전충’이라고 부르며 차별했다. 대부분 의전원 출신인 현재 인턴, 전공의, 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이 (이번 파업의) 전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의사 사회 내에서 나름의 충성심을 보인 것이라고 본다. ‘우리’도 의사 집단의 일원이지 ‘의전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사인: 의사 파업, 정규직화 반대… 그들만의 '공정')

 

 

올 8월 시작된 의사 파업에서도 공정성 주장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일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출범식에서 “망가져버린 부동산정책,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을 언급하며 “공정성 없는 정부에 맞서 의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년들로서 모든 청년들과 함께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공정성의 민낯은 지난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카드뉴스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공공의대 학생 선발을 우려하며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를 선발하는 것이 객관적·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조국 사태·의료 파업…“공정성” 외침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공공의료라는 복잡한 이슈의 흐름을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더피알'의 기사도 소개합니다. 의료계 파업 그리고 그에 대응하여 발표되는 정부의 메시지, 그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슈의 파고를 짚어내는 출발선으로 삼을 만 한 기사입니다. (더피알, 공공의대 논란이 남긴 것)

 

 

 ► 공공의료 X PJ 

 공공의료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이슈 자체를 숙고할 시간은 오히려 적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을 관찰하기 바빴는데요. '정부 정책에 동의하느냐' 혹은 '의사 집단의 집단 행동을 지지하느냐' 라는 좁은 선택지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에서도 다루었듯이, 공공의료에 얽힌 갈등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언론 지형에서, 모두가 건강하게 살 권리에 대한 논의는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안보의 영역이 '인간안보' 혹은 '커먼스'의 영역으로 확대된 지금, 모두가 건강하게 먹고 살 권리는 공공의료와 밀접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런 논의 속에서 의료 수혜자인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겠지요. 피스모모 평화저널리즘팀은 공공의료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건강은 모두의 권리이고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시스템은 모두의 것이어야 하니까요.

 


 

평화저널리즘이 주목한 기사들, 어떤 기준이 있었는지 궁금하신가요?

갈등의 '과정'과 '맥락'에 집중하고,

비가시화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기사인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콘텐츠인지 살펴보았답니다.

 

총 7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이슈 보도를 바라보고 있어요. 

평화저널리즘이 제시하는 좋은 기사의 7가지 기준!

다음에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평화에 기회를 주는 저널리즘,

PEACEMOMO X PEACE JOURN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