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뜨거웠던 마지막 연수로부터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했던 피스모모에서 후기를 요청해 왔습니다. 손님 초대하기 활동의 선물이었습니다. 내심 마음으로는 '더 좋은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있을 텐데.' 하고 생각이 들었다가, ‘그래, 이게 선물이라면 내가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의문이 들었지요. '왜 한 달이나 시간을 주는 걸까?' 그리고 알았습니다. ‘아, 이것 역시 프로그램이구나.’하고 말이지요.
교사로 살아오며 저에겐 세 번의 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처음은 교실 안에서였습니다. 거기에선 제 수업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학생과 늘 실랑이가 있었지요. 한참의 실랑이가 있었던 어느 날, 마침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우루룩 빠져나갈 즈음 한 아이가 제게 응원의 쪽지를 주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선명한, 그러나 그때는 한없이 낯선 이름이 있었습니다. 이름조차 외우지 못했던 아이의 위로를 받으면서 내 시선 속 차별을 발견한 바로 그날, 저는 제가 모두의 교사임을 알았습니다.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모두의 교사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 언저리에서였습니다. 한참 아이들에게 화가 나 있었습니다. 저의 관심과 사랑을 공평하게 받아주지 않는 아이들이 실망스럽고 배신감을 느끼던 그날, 무심히 지나치던 뉴스에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움직이지 말라.’며 아이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하지만, 정작 매정한 바다에 빠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학교 밖에서 경험했던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입문과정’입니다. 예전에 평화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 생각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늘 제게는 평화가 없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그리도 평화라는 단어를 갈망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갈망은 저를 이 프로그램으로 초대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뭔가 담백하달까요? 부담스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한아름 안고 가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익숙하지는 않지만 낯설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강제로 농축된 정보를 주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또 나눌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고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도 해보고 싶다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경험한 대로 피스모모의 모드세팅 카드를 교실에 툭툭 붙여 두었고, 아이들은 첫날의 저처럼 관심을 보였습니다. 용기를 얻은 저는 교실의 책상을 치워보기도 하고 의자를 둥글게 놓아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그리도 집착했던 책상 줄은 수업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책상 줄은 오히려 나의 두려움의 표현이었고 아이들과 나의 선 가르기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교실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저는 제 내면과 싸우고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 더 지배하고 싶고, 조정하고 싶고, 힘으로 하고 싶고, 쉽고 간편하게 하고 싶은 내면의 소리와 싸우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 평화는 내면의 싸움에서 얻어지는 용기의 평화임을요. 평화를 위한 내면의 용기를 배우게 한 피스모모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또 모든 이가 진정한 평화를 누리기를 희망합니다. 피스모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