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0년 5월, 피스모모 평화교육 진행자 연구모임을 마치고 by 예은

<2020년 5월, 피스모모 평화교육 진행자 연구모임을 마치고>

 

 

  예은

 

 

 수요일 저녁 7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 먹을 것을 부랴부랴 챙겨 줌에 로그인한다. 반가운 얼굴들이 웃으며 반겨준다. 오프라인으로는 만나지 못한 분들도 많은데, 어쩐지 오프라인으로 처음 뵈면 조금은 익숙하고 친근할 것 같은 얼굴들이다. 최근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모모에서 만들어준 다양한 온라인 배움에 참여할 수 있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저녁 7시라는 시간에 모모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새롭고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 특히나 평화교육 진행자 연구모임에서 영철의 따뜻한 환대와 세심한 진행은, 줌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준다고 느껴졌다.

 

 

 5월 평화교육 진행자 연구모임은 '성평등과 평화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아라치가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안전'이 평화교육, 성평등과 교차되는 지점들에 대해 질문을 나눠주셨다. 먼저, '안전'이나 '안보'는 보수 정치가 자주 사용하던 캐치프레이저였으나, 원전 사고, 세월호,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등의 사건으로 이제는 '안전'이 '진보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젠더 이슈에서 역시, 여성의 '안전'을 이유로 성소수자를 배제/혐오하는 최근의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모모에서 이야기하는 '안전한 학습공동체'라는 맥락에서의 '안전함'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나눠주셨다.

 

 

 아라치를 통해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만나고 나니 질문이 많아졌다.

 

“안전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힘겹게 싸워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니.

안전은 어떤 활동이 일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여성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어떤 제안을 할 수 있을까?”

 

“'안전함'이 '목표'가 되면 배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안전한 학습공동체'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걸까?”

 

 

 미간이 점점 찌푸려지고 고민이 깊어질 때, 4명씩 모이는 소모임으로 이동되었다. 소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안전한 학습의 공동체는 관계에서의 안전함(평가받지 않는다는 안도감 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배움에서 받아들이는 자극 자체는 안전하기보다 낯설고 두려운 것에 가까울 수 있겠다. 두려움을 함께  내려놓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하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안전함'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내 안전은 누가 지키는 걸까?

 

 남성/권력자?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단단한 내부자 그룹?

 

 느슨하게 서로서로 힘을 주는 마음들과 공동의 약속들?

 

 “달라보이지만 비슷한 우리 속의 모습들을 찾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말도 끄적여뒀다.

 

 

 아라치의 이야기를 잘 담아둔 채, 두 번째 이야기 손님 피스모모의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남성 청소년 다섯 명과의 페미니즘 독서토론 실패기, 로 요약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나의 짙은 고민과 후회의 흔적이 담긴 경험담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수 있다는 용기가 고맙게 느껴졌다. 듣는 우리도 '아, 나도 저랬는데,' 하는 마음에 입가에 쓰라리고도 반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청소년 남성이라는 대상에 적절한, 너무 어렵지 않은 텍스트를 찾아보는 방법, 젠더라는 범주 뿐만 아니라 나이, 인종 등 여러 위치에 놓여보는 경험을 안내하는 방법 등의 방향성을 함께 찾아볼 수 있었다.

 

 여기가 후속작업이 기다려지는 지점이다.

 평화교육 진행자 선생님들과 함께 성평등과 관련된 텍스트를 찾아보고 모아보는 작업, 

 이를 대상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아이디어까지 모아보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나의 '안전'을 위해 타자를 배제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신의 젠더권력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못한 남성 청소년들과 페미니즘 이야기를 나누려면, 차이/차별/다양성을 좀 더 여러 위치에서 살피면 좋겠다고 많은 선생님들이 이야기해주셨다. 생각해보니 자연스럽게 처음의 제목으로 우리가 함께 돌아갔던 것 같다. '성평등과 평화교육'이 만나는 지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우리 사회와 나의 몸에 담긴 구조적 폭력을 들여다보는 것, 즐겁게, 낯설게, 함께. 그리고 구조적 폭력의 하나의 강력한 축인 젠더에 대해 더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 그렇게 성평등과 평화교육을 더 구체적으로 연결해볼 후속작업이 기다려진다.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과, 비자발적인 학습자와의 만남에 대한 막막함과, 실패에 대한 후회스러움은 잔뜩 안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