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교육은 어떤 평화를 말하는지, 그리고 평화를 말하기 위해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던 차에 8월에 열리는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입문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12월 심화과정이 열린다는 공지를 보았어요. 올해 과정을 다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숙제를 하듯 참여하게 되었지요. 입문과정에서 경험했던 몸의 기억들이 강렬하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순간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남아있었기에 심화과정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죠. 심화과정을 안내하는 메일에 가득한 읽을거리와 과제를 보고 난 후에는,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한가득 하게 되었지만요.
걱정과 달리 언제나 친절한 피스모모의 진행자들은, 조금씩 그리고 다같이 기억을 떠올리며 프로그램에 흠뻑 스며들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떠오르는대로, 사소하고 소소하게, 좋아좋아, 자글자글, 왁자지껄 등의 키워드를 통해 평화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단어를 세밀하게 생각해보게 해주었어요.
교육에 참여하면서 참여자로만 존재하지 않도록, 이 과정이 ‘진행자되기’임을 잊지 않도록 진행자로서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주었던 것이 특히 탁월했는데, 아마 그 질문이 아니었다면 ‘진행자되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잊고 있을 뻔했어요.
Empower, 평소 많이 듣는 단어이지요. 그냥 역량강화라고만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공동체에서의 관계가 어떠해야하는지, 그 안에서 Empower는 어떤 의미일지 등을 논의하는 그룹별 토론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이 많았어요. 유레카! 이건 단체 활동가들을 만날 때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대단해요, 어서와요, 새록새록, 으쌰으쌰, 토닥토닥, 으쓱으쓱, 뭉클뭉클, 관계의 공동체를 만들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세밀하게 알아차리기 등, 진행자되기를 위해 세심하게 필요한 내용이 우리에게 스며들고 있었어요.
이것도 잠시, 쉬워보였던 ‘요약하기’와 ‘바꿔 말하기’에서 난관에 부딛혔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해석하여 축약해서 메시지를 강조하여 간단하게 전달하는 요약하기,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미와 내용을 담아서 간단하지만 전달력이 높은 언어로 전달하는 바꾸어말하기는 너무 비슷하게 느껴져서 쉽지 않았어요. 개념지도를 위한 동사목록을 보면서는, 같은 말도 어떤 동사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경험했고, 바꾸어 말하기를 잘 활용하기 위해 의미와 관계를 규정하는 동사를 학습할 필요성을 느꼈지요.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은 몸활동과 토의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교육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지만, 심화과정에 참여하면서 내내 든 생각은,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평화를 실천해가는 진행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에요.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고, 정체성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가지고 토의하면서는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야 한다는 것,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해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옳고 그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 등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훌륭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인식과 문화를 전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지요. 그동안 다양성을 말하면서도 단순하게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지 성찰하는 시간이었어요.
‘평화는 모두의 것, 평화세우기’에 대한 설명이 와닿기도 했어요. 세심한 활동을 통해 충분하게 나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넓어진 인식에 기반해 당위적인 평화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평화롭게 살 권리에 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해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주체로서 우리를 포함하여 평화롭게 살 권리를 실현하는 것,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의 폭력이 어떻게 분단국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를 알고 그것에 대해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통해 평화교육의 역량을 증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심화과정의 배움이 쉽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환대와 함께 진행자되기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실천을 위한 교육활동의 의지를 가지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피스모모의 새로운 공간이 우리 모두를 환대해주었고, 기울어진 높은 경사로였지만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동네길은 피스모모로 향하는 그리고 집으로 향할 때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긴장감을 주기에 적당한 거리였답니다. 배움을 마무리하며, “나는 모든 전쟁과 전쟁위협에 반대하며, 분쟁이 생겨도 협박이나 살상의 방법보다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고 선언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