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 입문과정 10기’ 후기글
– 참여자 고권금님 나눔
2017. 7. 9.
간만에 집에서 느긋한 토요일을 보냈다. 비교적 불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토요일’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하루의 느긋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토요일에 즐기는 느긋함은 그 어느때 보다 달콤하다. 지난 한 달간 나는 이 달콤한 토요일을 모모에서 보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평화롭고 느긋하게 흘러갔다. 다양한 존재들이 만들어 낸 공간과 분위기, 편안하게 오고가던 대화와 아름다운 웃음들. 4주간 진행되었던 평화입문과정은 이러한 따뜻함과 더불어 많은 생각거리를 건네 주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표현하다 나온 생각거리는 결코 쉽게 정리되지 않는데, 이는 모모에서 진행하는 교육의 특징인 것 같다. 명료하게 정리해 놓은 정의나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토론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모의 교육은 유익하고 즐겁지만, 낯설다. 이 낯설음은 그간 받아온 교육을 되돌아보게 했다.
교실 안 빼곡히 앉아있는 학생들과 단상 위에 홀로 서 있는 선생님, 쉼 없이 쏟아내는 선생님의 지식들, 튀어 나오는 침, 수업내용을 모두 적어내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손들. 선생님과 학생은 한 공간에 존재했지만, 사이는 멀었다. 입시가 목적이 되어버린 학교교육에서 60분 중 50분 동안 쏟아져 나오는 지식의 양은 방대했고, 그 모든 것을 외우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었다. 선생님의 입으로 부터 나오는 말들은 곧 시험의 정답이기 때문에 수업은 늘 선생님의 말로 가득차 있었고, 학생들은 늘 침묵 속에 있었다.
중학교 어느 수업시간에 배우길, 자아 정체성의 확립은 청소년기에 이루어 진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가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학교가 제시하는 수 많은 정답을 외워야 했고, 그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란 힘들었다. 참 모순되다. 결국 청소년기에 자아 정체성이 확립된다는 것 또한 시험의 정답일 뿐이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교육의 객체로서 존재했다. 그 결과 학교교육으로 부터 얻은 나의 지식은 정말 무색할 만큼 남아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수업이 끝나고 10분간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와 그 당시의 분위기, 마음으로 부터 시작된 고민들은 아직도 생생하며, 경험과 호기심을 기반으로 수학하고 있는 학문의 깊이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학교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지식의 저변을 넓히기는 했지만, 삶의 주체로서 성장하는데에는 스스로부터 나온 물음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쯤되니 인간의 성장에 중요한 시기를 책임지는 학교교육의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모모의 입문과정에는 단상위의 선생님도, 침묵하는 학생들도 없었다. 그 곳에는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가진 존재들이 있었고, 우리는 우리들 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시공간을 채워나가며 지식의 깊이를 더해갔다. 자유롭고, 인간다운 교육이었다. 왜 진작에 이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모에서 준 입문과정 자료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 공자의 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이 머릿속을 스쳤고, 정말 공감했다. 하지만 입문과정에 빗대어 이 문구를 다시 생각해보니 ‘직접 해보고 이해를 하니, 더 잘 들을 수 있었고, 더 잘 볼 수 있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잘 이야기했고, 서로의 말에 귀기울였고, 진심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피스모모의 교육이 널리 퍼지기를, 모모의 교육이 모두에게 익숙한 교육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