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길동무가 되어준 모모_석미화(연두) / 2018 평화교육 입문과정 11기

2018 평화교육 입문과정을 듣고

 

   ‘연두’라는 이름을 갖고 한 달 동안 피스모모를 만났다. 모모와 함께 한 시간들은 내가 전에 만나지 못한 낯선 경험이었다. 늘 몸을 움직여야했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했고, 말해야 했고, 잘 들어야 했다. 가끔은 손에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려야 했고, 노래를 해야 했고, 춤을 춰야 했다. 몸 전체를 써야하는 활동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새롭고 재밌다가, 모든 감각을 깨우는 활동에 에너지가 떨어져 가끔은 멍하니 지치기도 했다. 그렇게 웃고 생각하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 그 시간들은 이제 몸의 기억으로 남았다.

 

   나는 ‘평화’와 ‘교육’이라는 두 단어를 공부하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모모를 만났다. 내가 활동하는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성찰을 통해 평화로 나아가고자 2016년 출범한 단체다. 그 중심이 되는 활동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해 한국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1999년 한국사회에 알려졌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해결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미안해요 베트남’이라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 모금캠페인이 일어났고 이후 민간단체의 평화교류 활동으로 이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문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여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이 생겨났고,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평화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단지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베트남전쟁 참전의 경험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배워 나아가야 하는지 여전히 고민이 깊다.

 

   모모의 교육은 새로웠다. 무엇보다 교육방법이 그랬다.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배우는 사람이 있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익숙한 나로선 처음 만난 세상이었다. 평화교육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참여한 만큼 다양한 평화의 주제에 대해 원활한 참여와 소통, 서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진행자로서의 역할을 관심 있게 보았다. 본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들, 대화와 소통과 참여를 위한 다양한 배움이 여러 활동 속에 녹아 있었다. P.E.A.C.E. 페다고지로 통하는 일련의 배움은 참가자에 대한 진행자의 섬세한 배려와 관찰뿐만 아니라 참가자의 적극적인 배움 참여도 중요한 요소가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모모의 교육을 만나며 내내 나의 일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모를 찾아온 서른 명의 배움 동무들이 다들 그런 고민 속에 4주의 교육을 마쳤을 것이다. 가르치지 않는 교육, 모두가 모두에게 배운다는 의미를 한 명 한 명의 배움 동무를 만나며 느꼈다. 모모의 교육은 다양한 깨달음을 주었다. 단지 ‘말하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되고, 천천히 말해도 되고, 틀려도 되고, 무엇보다 잘 들어주는 것이 말하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큰 배움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나누는 것, 그 모든 것이 평화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번 교육은 내게 작은 길을 내 주었다. 평화교육의 길을 찾는 모두에게 길동무가 되어 준 피스모모에 감사드린다.

 

석미화

201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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