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입문과정에 함께 했던 분들에게 안부 인사를 묻고 싶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나요? 각자 삶터에서의 요즘은 어떠신가요? 저는 종종 여러분과 함께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의 평온한 기분을 빌려옵니다. 간식이 배치된 공간을 ‘중심’으로 해맑게 웃는 모습들, 감나무 아래 산들바람을 느끼며 수다를 떠는 모습들을 생각하면 평화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감각할 수 있게 됩니다.
20명이 모이면 당연히 나와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경험도 여기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에서만큼은 한 분도 빠지지 않고 모두에게 ‘정’과 편안함을 느끼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후기 글을 안부 인사로 시작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물론 성향과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셨고,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친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입문과정이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아마 피스모모가 그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평화 교육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기다리고, 자기만의 속도로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함이 그 공간에는 있었습니다. 이런 입문과정은 저에게 배움의 자리이자 관계를 통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스펙트럼선 위에 각자 다른 곳에 서 있지만, 그 선을 둥글게 말아 모두가 마주 보고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다름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제가 이번에 느낀 평화 교육의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무지개도 뜨지 않는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은 때때로 당황스럽고 통제적인 장치를 통해 낯선 상황을 조작하고 불편함을 체험해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글을 작성하면서 제가 마냥 평온했고 즐거웠다고 표현하는 이 입문과정에서 누군가의 불편함을 간과했을까 걱정이 됩니다. 또한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는 존재들이 생기며 혐오범죄로 목숨이 위협받는 지금이기에 아픔의 경험을 간접경험해 본다는 행위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디뎌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피스모모를 비롯해 이 길에 함께 할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저도 다음을 궁금해 보려 합니다.
비의 종류가 다양하듯 무지개의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겠죠. 앞으로 이어질 평화교육에서 만나게 될 분들과 여러 상황들을 기대합니다. 분명 이번만큼 평온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드렸던 ‘요즘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처음 떠올린 감정이나 생각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꼭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이 조금 슬프고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고 괴로운 순간들이 있겠지만 그보다 행복하고 평온한 경험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럼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