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할 수 있는 말들을 고르고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지막까지 홀로 견디셨을 고립감, 그 곁에 함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삶을 기억하고, 이 헤아릴 길 없는 상실을 깊이 애도하고 또 애통해합니다. 선생님께서 부디 평안하시기를, 선생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선생님들을 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피스모모는 시작되지 않았을 거예요. 피스모모는 공교육의 장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고자 시작된 단체니까요. 피스모모를 전국 곳곳의 학교에 초대해주신 분들도 선생님들이셨어요. 지난 수요일에도 정교사 연수를 통해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뵈었습니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서로 나누고, 평화가 막연한 추상어가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되는 무엇이 되는 것에 대해 지혜를 모았습니다.
피스모모 창립 후 첫 교사연수에서 만나뵈었던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간 피스모모를 초대해주셨던 모든 선생님들, 새 학기 시작 전, 학교 공동체의 첫 만남에 피스모모를 초대해주시고, 교사연구회에 초대해주시고, 학교폭력 상황에 대해 상의하고자 손 내밀어주신 선생님들을 기억합니다.
교사 역시 누군가의 사랑하는 자녀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부모이며,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쉽게 잊혀지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관계들을, 하나의 역할만으로 재단하는 폭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폭력은 존엄하고 다양한, 복합적인 존재를 지웁니다. 능력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첨예한 위계와 서열로 이 폭력을 강화하고,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군사주의 문화는 이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 폭력의 책임과 무게를 학교에만 지우려고 했습니다.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벌어진 폭력을 의미할 뿐, 근본적인 원인과 그 책임은 이 사회에 있습니다.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위험을 열어둡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들이 해내야 하는 몫을 요구하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모두는 ‘우리’가 만들어온 이 세상을 아프게 성찰하고,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사회가 되도록 바꾸어가는데 각자의 몫을 다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미처 다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래서 애도하지 못했던, 학교 현장의 고충 속에서 생을 떠나신 모든 선생님들, 학교를 둘러싼 폭력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많은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기억하고 또 애도합니다.
피스모모는 작은 단체이지만, 선생님들 곁에서 힘을 나누는 동료가 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드려요. 저희를 초대해주셨던 모든 배움의 공간에서 그러했듯, 앞으로의 모든 만남들을 통해서도 안전한 서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마음과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