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인 / 2023 모모평화대학 가을학기 참여자
‘평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평화라고 느끼는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적일 수 있을까? 전쟁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10월 28일 토요일, 피스모모에서 활동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정영신 교수님과 커먼즈라는 개념을 통해 평화를 논의했다. 온라인으로 시미즈 나나코 교수님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와 시민들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강의, 그리고 정영신 교수님의 커먼즈 강의를 듣고 함께 배우는 분들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10월 가을 햇살과 붉고 노랗게 변하는 잎들에 둘러싸여 고민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의미 깊고 ‘평화’로웠다. 그러면서도 지구에 공존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지 못 할 수 있다는 아픔이 마음에 곁들기도 했다.
정영신 교수님은 커먼즈와 평화 둘 다 추상적인 느낌이어서 구체적인 대화가 힘들 수 있다고 하셨다. 우선 커먼즈는 공동부로 물질적, 비물질적인 영역들 (자원, 사회적 시설, 문화 등) 을 사유하는 방법이다. 커먼즈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개인의 소유라는 개념을 깨고 서로 나눈다는 상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다.
자연, 사회, 문화 등을 커먼즈를 통해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면 평화는 어떻게 실천될 수 있을까? 정영신 교수님은 평화는 상실 속에서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평화를 생산하는 방법은 시민들이 상실된 것을 되찾고 자유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삶에 대한 보장.’ 평화를 이렇게 정의한다면 단지 전쟁이 없다고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언론이 논하는 바에 의하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10월 7일에 시작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점령 아래 식민지처럼 사는 팔레스타인들에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평화는 없었다. 한 팔레스타인 난민은 언론이 말하는 ‘전쟁 전’,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들을 테러범이라며 잡아가는 일이 매일매일 일어났다고 하셨다. 미국에서도 흑인들은 경찰과 감옥 시스템 때문에 그들의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나의 연구에서도 다루었지만, 1960년대에 서울로 올라온 젊은 여성들은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전쟁은 비록 “끝났지만” 시골에서 여성들은 너무 가난했고, 심한 가정폭력 또한 견뎌야 했다. 그녀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서울로 왔지만 식모로 일하며 노동권리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였고, 일하는 가정에서도 안전하지 못했다. 비록 전쟁을 하지 않는 시대에 살아도 젠더, 인종, 그리고 가난으로 인해 평화로운 삶을 보장 받지 못하고, 오히려 국가발전이라는 이름 안에서 착취되는 노동으로 매일매일 가족, 사회, 그리고 국가적 폭력에 맞서 싸워야 하는 분들이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 계속 존재한다.
같이 공부하던 한 분이 물으셨다. 우리는 왜 빼앗기는 것만 생각하고 빼앗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더 싼 참치캔을 사는 것을 예로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싼 제품을 사면서 노동 착취나 물고기(물살이)의 생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학과 교수 크리스티나 핸하트(Christina B. Hanhardt)는 <안전한 공간: 성소수자 공동체의 역사와 폭력의 정치(Safe Space: Gay Neighborhood History and the Politics of Violence)> 에서 안전한 장소는 없다고 한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역사를 통해 돈이 많은 백인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말로 치안 유지 활동이 강화되면서 가난한 흑인, 라티노, 동양인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들은 우리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정착민 식민주의,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소외된 그룹의 삶의 권리를 처분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커먼즈로 우리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다시 생각할 수 있을까. 나의 안전이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빼앗아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고, 우리는 서로 의존해 살아 간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평화의 의미를 커먼즈로 보면 삶이 필요로하는 노동을 존중하며 땅에서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비록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피스모모와 연대하며 더 명확하게 평화를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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