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By 엇지 / 2017 평화교육 입문과정 10기_1회차

평화교육 입문과정 10기_1회차 후기 나눔

– 작성 : 활동가 다음엇지

2017. 06. 11.

  모모의 교육방식을 알게 된 것, 그리고 흥미를 넘어 흠모하게 된 것은 1년 전부터였다. 교육의 직접적인 참여자가 아닌, ‘행사 사진 촬영’이라는 제3의 관찰자였던 나는, 어깨너머로 펼쳐지는 교육 과정, 그리고 참여자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이런 고백(?)이 뜬금없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모모의 교육 방식은 낯섦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매력적이었다. 그 이유를 새삼 생각해본다. 뜻밖에 답은 빨리 떠올랐다. 나는 ‘꼰대가 되기 싫은 꼰대’였기 때문이다.

  나이 듦을 부정하긴 갈수록 어려워진다. 외모는 물론이요,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마냥 청년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자존감도 바닥을 친다. 나는 나날이 냉소적, 비관적이 되어간다. 그 언젠가 내가 닮고 싶지 않았던 그 ‘꼰대’들처럼 말이다.

  내 솔직한 생각을 말하는 데는 자기검열 적이 되며 지극히 소극적 자세를 취하지만, 나를 방어하고 변명하는 데는 지리멸렬하게 말이 길어진다. 그러한 사람들을 싫어했지만 나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첫날 모모 교육에서 인상적인 명제 중 하나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라는 것이었다. 관성에 익숙해져 인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그 익숙함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있는데 그것은 ‘낯선’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산소의 소중함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소중함을 절감케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질식’을 경험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스모그와 매연이 일상이 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환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정한 환경에서 숨을 들이켜는 경험 한 번이면 족하다.

  내가 그동안 기성교육을 통해 호흡하고 있었는지 질식하고 있었는지는 그와 대비되는 경험을 통해 명약관화해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와 대비되는 경험을 할 기회를 여태껏 얻지 못했고 그렇게 나이 들어왔다. 그런 내게, 모모의 평화교육은 참으로 낯설고도 이질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기성교육과 극명히 대비된다는 점에서.

  내가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 ‘환대’를 받았던 기억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환대했던 것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나. 그리고 나는, 이해관계가 없는 누군가에게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은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나는 누군가를 귀히 대접하고 모셨던 적이 있었나. 있었다면 언제가 마지막이었던가. 사람의 손을 잡고 걷고, 무릎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했던 경험이 있기나 했던 걸까. 왜 이제와서야 이런 경험이 가능해진 것일까. 왜 그동안엔 행동이 없는 지식의 습득만을 가지고서 깨달음을 얻으려 했을까. 몸을 저버리고 머리로만 이해하려 했을까. 그제야 비로소 낯선 한 숨이 트였다. 오랜 호흡부전을 맺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한숨의 느낌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난 이번 교육에 대한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그 기대감이 무엇인지는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번 경험이 내게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염세적인 마음도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처음 후기 작성을 요청받을 때는 별 생각없이, 쉽게 생각하고 수락했었다. 살면서 이런 요청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늘 그랬던 것처럼 행사의 내용을 시간 순차에 따라 정리하고 좋은 말로 감상을 정리하여 맺는 그런, 아주 ‘기성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날의 경험은 내가 익히 해 본 적이 없는 것이라, 익숙한 방식으로 낯선 경험을 기술하기란 쉽지 않았다. 글을 썼다 지우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 결과, 나는 이런 넋두리에 가까운 감상을 한 페이지 남짓 쓰게 되었고, 이 점에 대해서는 내게 후기를 요청한 분과, 이 글을 읽을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다만 지금 내겐 어떤 ‘설렘’이 있다는 것 정도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 외엔 아무것도 확실히 말할 수가 없어, 이렇게 부실한 교육 첫날의 후기에 대해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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