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피스모모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 주변을 조금 걸으며 산책했어요. 멀리 또 가까이 봄빛이 완연하더라고요. 흐드러진 벚꽃들이 팝콘처럼 열려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올랐어요.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 도로의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풍경. 지난 해 4.16 기억저장소의 엄마들과 '기억과 약속의 길'이라 불리는 그 길을 걸었어요. 4월의 어느날이었죠. 엄마 중 한 분이 말씀하셨어요. “4월, 안산 고잔동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해요. 그 날 이후, 이 벚꽃이 참 보기 싫었거든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벚꽃들을 한참 들여다보게 돼요.”
쳐다보기도 싫었던 벚꽃을 이제는 한참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그 이야기로부터 엄마들이 겪어 온 긴 시간을 다시금 헤아리게 되었어요. 넬(Nell)이라는 그룹의 “기억을 걷는 시간”이라는 노래엔 이런 가사들이 담겨있어요.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것에. 니가 있어.” 익숙한 동네, 골목과 횡단보도, 산책하던 공원, 일상의 모든 순간과 공간에서 이제 더 만날 수 없는 이를 떠올리는 그 마음. 모든 공간, 모든 시간, 모든 사람들에게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를 떠올리는 아픔.
아픔을 직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의 조각,조각들을 붙들어 차곡차곡 저장해 온 분들이 계세요. 4.16 기억저장소의 엄마들이시지요.피스모모는 지난 몇 년간 4.16 기억저장소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기억저장소의 어머님들을 마주할 때마다 기억의 힘, 공간의 힘, 그 기억을 마주하고 잊지 않는 존재의 힘을 느낍니다. 4.16 기억저장소에는 기억교실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단원고 2학년 교실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공간에 들어서면, 우리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을 잃어버린 것인지, 그 무게를 매번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덟번째 4월을 맞아, 4.16 기억저장소의 회원이 되시는 것은 어떠세요?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간, 함께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그 공간을 같이 가꾸면 좋겠어요. 피스모모의 친구들! 4.16 기억저장소의 친구들로도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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