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시민들과 연대할 책임에 대하여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주 북초등학교 5학년 2반의 학급 과제 게시판에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 중 ‘총알과 미사일이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주고받아야 인간답다’는 의견을 나눠준 학생이 있는데요. 학급 반장인 나데르입니다.

 

나데르는 4년 전, 예멘 내전을 피해 제주로 오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으로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의 소식, 그와 관련된 사회적 반응을 기억하실 거예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나데르와 같이 제주에 살기도 하고, 일자리를 찾아 육지로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고향이나 다름없는 제주를 찾는다고 해요. 아직 예멘에서의 전쟁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3월 25일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지원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이, 예멘을 공습한 지 7년이 되는 날입니다. 중동 지역의 패권 경쟁이 예멘 내전에 결합되며, 전쟁은 대리전, 국제전화되고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지난 7년 동안 400만 명 이상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되었으며, 최소 37만 7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UN)은 예멘의 상황을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로 묘사하기도 했어요.

 

‘21세기에 전쟁이라니’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예멘, 미얀마 등에서 이러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파괴되는 동안, ‘전쟁은 정당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득세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파괴되는 동안, 군수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K-방산도 예외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파괴되는 동안, 전쟁의 아픔을 뒤로 하고 집을 떠난 사람들은 또다시 피란길에 오르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파괴되는 동안, 2018년 이후 축소되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다시 확대 시행되려 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가뭄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맞습니다. 피스모모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1차 성명서를 통해 같은 입장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전쟁에 있어 적절한 개입과 중재, 예방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질문도 하게 됩니다. 피스모모는 2차 성명서를 통해 국제사회가 과연 이 전쟁을 멈출 의지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예멘의 전쟁의 원인은 탈냉전 시기 진행된 남예멘과 북예멘의 통일 이후의 권력갈등과 연결됩니다. 끝나지 않은 냉전의 이분법은 지금 예멘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라는 참담함으로 현상화되고 있습니다. 냉전의 결과로서 분단이라는 현실을 오롯이 안고 살아가며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대통령 당선인이 있는 2022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 전쟁-들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실천적으로 사유할 책임은 지금 나와 당신에게 있습니다. 

 

#DayOfAction4Yemen

#YemenCantWait

 

사진출처:”Flower Power”, photograph by en:Bernie Boston of en:George Edgerly Harris III, an anti-war protester, placing a flower in the barrel of a soldier's rifle.

 

 

모모레터 구독하기

+

피스모모 회원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