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 이슈브리프 Vol.14』 는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되지만,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운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주목하며 수립된 정책들과 그에 대한 비판,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살피며,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한 진단보다는, 발생한 사안에 대한 사후 처리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경향성을 찾기도 합니다. 학교폭력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은 공통적이지만, 처벌이 부족해서 학교폭력이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역량이 줄었다는 것 이외에, 학교폭력이 왜 발생하고, 왜 반복되는지 이유를 묻고 그로부터 대응을 모색하는 관점은 설 자리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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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바라듯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를 커먼즈라고 규정한다면, 학교폭력은 학교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커먼즈를 훼손하는 사안입니다. 안전한 학교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얻는 구성원들이, 안전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안이기도 하지요. ‘가해자’로 불리우는 구성원에게만 책임이 있지는 않습니다. 방관적 태도는 또래집단 내 폭력적 성향을 지속시키고, 무관심한 태도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책임의 범위는 커집니다. 그런데 방관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책임을 다한다고 해도, 공동체의 안전이라는 커먼즈에 기여하는 행위로 인식되지는 않기 때문이에요. 적합한 규칙이나 보상 체계, 커머닝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신상과 안전에 피해가 올 것이 두려워 방관하게 되는 선택은 꽤 합리적입니다.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법적 개입과 해결이 필요한 사안도 분명히 있고,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현재 학교폭력은 사안의 해결 권한이 외부(사법기관)에 의해 전유되어, 커머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정책적으로도 법률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막중했던 교사들은 차라리 법률적인 해결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각종 법무법인은 ‘학교폭력전담(전문)센터’를 운영하며 가해자에게는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여 형량을 줄이고, 피해자에게는 증거를 수집하여 손해배상청구를 온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학교폭력이 특정 전문분야의 ‘수요’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가 개입되면, 공공성을 향하는 논의, 커먼즈를 확장하는 논의가 힘을 받기는 어려워지게 됩니다.
학교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학교만의 문제는 아닌 학교폭력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요? 평화커먼즈 관점에서의 해석을 시도하며,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