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0일(월)부터 8월 4일(토)까지 열린 <2018 청소년 집시위크>에 참여한 청소년 참여자 19명, 호, 단우, 야, 박드래곤, 냠냠, 팽, 야니, 차윤, 수린, 홍시, 규식, 민철, 재원이, 현우, 딸기, 비밀, 오반, 공삼, 먕은 마지막 날 8월 4일에 2015-2017의 청소년 참여자와 길잡이, 피스모모의 평화교육 활동가와 회원들을 초대하여 평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평화 제안서를 공유했습니다. 그 전문을 아래 공유합니다.
2018년 청소년 집시들의 평화 제안서
우리는 2018년 청소년 집시위크의 참가자들로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총 6일에 걸쳐 일상과 사회, 세계를 둘러싼 폭력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안의 평화의 힘을 발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지난 집시위크의 기간 동안 성주 소성리, 평택 대추리, 남북접경지역, 수요집회,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을 방문하여 그 곳의 사람들과 만나고, 폭력으로 인해 공동체가 훼손된 여러 현장의 아픔들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병역거부자, 강정마을의 평화활동가, 시리아 난민 인권활동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시민평화법정을 준비했던 평화활동가들을 만나, 각자의 현장에서 새로운 평화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또한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평화배움을 통해, “학교와 군대는 왜 비슷할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구조적 폭력을 어떻게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을까?”,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배제,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북한과 남한 사이를 가르는 분단처럼, 우리 안에서 서로를 가르고 적대하게 만드는 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병역거부자나 난민들은 왜 사회에서 차별 받을까?”, “기억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왜 사회는 집시위크처럼 느긋하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서로 나누고 지혜를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평화란 무엇인지”, “거대한 폭력을 평화로 전환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은 조금 막막합니다. 나에게 힘이 있음에도, 힘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력한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집시위크에서 경험한 우리의 소중한 배움들과 더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제안과 다짐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평화를 향한 실천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서, 또 평화를 고민하는 청소년으로서 아래와 같은 제안을 나눕니다.
첫째,
무력으로 만든 평화는 무력한 평화입니다. 세계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무기의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합니다. 무력으로 만든 무력한 평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군대를 가지 않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무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겁쟁이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용기를 되려 차별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국방비에 들어가는 자원을 우리 사회를 위한 복지에 투자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전쟁 대신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시리아 분쟁 등 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대리전 또한 중단되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무기 또는 전쟁을 오락거리로 생각하게 하는 장난감과 게임도 제한되어야 합니다.
둘째,
일상 속 폭력의 문화,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가하는 폭력과 차별에 대해 돌아보고 평화에 가까운 실천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폭력의 문화는 때론 공기처럼 곳곳에 스며있어서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평화에 대해 알아가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보장된 사회면 좋겠습니다.
셋째,
나이, 지위, 직책, 성별, 성정체성, 성적지향, 외모, 피부색, 부의 정도, 국적, 종교, 병역여부, 장애 등에 따라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강한 사람에게 더 강한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약한 존재에 더 힘을 실어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차별금지법, 인권조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 및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넷째,
청소년은 미래 시민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입니다. 청소년을 아직 어리고 보호 받아야 할 존재, 미래를 위해 더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사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 할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하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한편, 평화를 원하는 청소년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청소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청소년을 포함한 대국민 토론을 열어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다섯째,
성평등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태어날 때의 성별로 그 사람의 존재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과 삶의 방식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보장 또한 중요합니다
여섯째,
인간 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생명권도 보장하는 사회면 좋겠습니다. 비인간 존재들의 생명을 해치고, 살아있는 존재임을 망각하게 하는 상품화의 행위, 소비하는 행위는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 및 식당마다 비건 메뉴를 마련하는 것, 과도한 생명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규제 등, 일상적인 영역에서 비인간 존재들의 생명을 덜 해칠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고민하고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교육의 변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학교에 스며든 군사주의의 문화, 경쟁을 부추기고 학업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등급제 등은 계속해서 사회 내 폭력을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 만연한 성폭력, 서열과 위계에 의한 폭력, 신체적 / 언어적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을 없애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공교육 안에서 다름을 이해하고 갈등을 전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 평화감수성을 온 존재로 경험할 수 있는 평화교육이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교 밖을 벗어나 외부와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 사회 곳곳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제안과 더불어 우리는 2018년 집시위크를 함께 경험한 참가자로서, 우리가 함께 만든 소중하고 특별한 배움을 더 잘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들을 스스로 해보려고 합니다.
- 세계에 대한 나의 책임을 느끼고 실천하기
-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 알고 있는 사회 문제를 주위에 알리기
- 힘들겠지만 계속계속 더 예민해지기
-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존재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
-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기,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 하지 않기
- 한 번에 무언가를 바꿔나가고 실천하기보다 일상 속 폭력과 친구관계를 돌아보고, 내 주변부터 수평하게 만들어나가기
- 사람을 비하하는 욕하지 않기
- 친구 관계, 가족 관계 돌보기
2018년 8월 4일,
청소년 집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