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모모 안에서는 낯설어도, 느려도, 늦어도, 달라도 모든 것이 괜찮았다.
모모의 ‘-괜찮아’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나에게 스며들었다.
매 년 늘어갔던 ‘어떡하지?’라는 말과 함께 조급해하고 촉박해하던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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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입문과정으로 참여한다는 마음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모모’를 떠올렸을 때 따라오는 편안함과 따뜻함의 느낌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첫 만남부터 지각하면 어쩌지,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들이 있다고 하는데 잘 못 따라가면 어쩌지- 등의 수많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괜찮아’ 라는 말을 던지면서 정작 나에게는 끊임없이 재촉하는 말들만 던졌다. 다른 이들에게는 관대하게, 자신한테는 빡빡하게. 무의식적으로 이게 옳다고 생각했다. ‘착한 사람’의 틀을 혼자 만들어 그 안에 나를 가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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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남 때 지각을 했다. 불안, 긴장감이 모모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도착했을 때, 조용한 미소와 따뜻한 눈 마주침이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느꼈던 불안감과 긴장감은 어디에서 왔던 것일까, 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늦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 불쑥 찾아온 의문들에 순간 당황스럽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두 번째 만남을 통해 내가 느꼈던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는 누군가의 질타를 받을까봐 두려웠던 마음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따뜻한 마주침으로 인해 시간에 상관없이 누군가 왔을 때 들었던 반가움은 나만 드는 감정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런 불안감과 긴장감은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서로 배움, 보이지 않는 실 찾기>
‘윗마을 아랫마을’ – 갈등 상황극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움은 엄청났다.
누군가에게는 받아줌과 내침, 혹은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는 여러 선택권이 있는 상황이었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문제가 달린,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여러 존재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번에 떠오르는 예멘 난민들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함께 했던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치적 폭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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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동물, 사람 – 모든 존재는 각자의 사정, 아픔이 있는 것 같아.”
비인간 존재 되어보기를 경험하고 쉬는 시간에 들었던 함께 했던 벗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크게 맴돈다. 모든 존재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훅 들어왔다.
모모안에서의 배움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정답을 내리지 않고, 각 자가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이었다. 함께 우리의 몸과 언어로 소통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질문하며 그것을 다시 나누는 방식의 배움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배운다는 것을 경험했고, 내가 놓치고 있었던 존재들과 내가 보지 못했던 폭력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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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 받았던 환대를, 그리고 초대했을 때의 기쁨을, 마지막 만남에서 나누었던 따뜻한 포옹을, 우리가 만들었던 즐거운 인사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여기서 얻은 에너지, 이번에 새롭게 마주한 내 자신과 함께 꾸준히 불편해하고, 궁금해하고,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참여자 김기은님 나눔
2018.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