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 평화교육 입문과정 후기>
By 밍몽
피스모모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누군가의 지적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공동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고민하던 때였다. 나의 주된 일은 공동체 안에서 중재를 통해 갈등을 다루고, 성장을 위한 코칭을 하는 일인데 결국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주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이러한 고민에 주변 지인들이 피스모모를 소개해주었고, 절묘한 인연으로 입문과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입문과정을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질문은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리 안에 평화를 유지하는 방식이 폭력적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이고, 두 번째는 ‘갈등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였다.
첫 번째 질문은 ‘평화롭기 위해서’라는 말로 우리 안에 희생, 인내, 공감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고, 이것이 소위 ‘선하다, 착하다.’라는 평가를 통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누군가는 상처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입문과정 첫 시간부터 나의 이런 고민은 지지와 안심으로 변화되었다. ‘바르게 살자’라는 문구가 곳곳에 돌로 새겨져 있는 나라, 선함을 강요하는 문화가 평화가 아니라는 선언들, 중심과 주변에 관한 활동들,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 억압받는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서 배우는 방식들은 피스모모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응보적 세계관에 따라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틀린 것을 응징하고, 옳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폭력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들이 과연 평화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것일까?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여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함께 하고자는 노력이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두 번째 질문은 공동체에서 개인이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갈등’을 만드는 것으로 취급되고, 이를 두려운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억압과 분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갈등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갈등이 집단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일상에서 개인의 다양한 욕구들을 서로 조절하고 합의하는 과정들을 가볍고 즐겁게 경험하는 피스모모의 방식들이 열쇠가 되었다. ‘좋아, 좋아’, ‘많이, 많이’, ‘달라도 괜찮아.’라는 말들은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첨예하고 날카로울 수 있는 입장들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전환하여 서로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공동체가 긴장과 대립이 아닌 유연함과 협력의 모습으로 갈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을 열고 신뢰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욱 감수성을 높이는 일상적 페다고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가지 질문들은 지금도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만 피스모모의 입문과정을 통해 지지와 용기를 얻게 되었다. 평화교육이라는 이름 안에는 빠질 수 있는 다양한 함정들이 있다. 그래도 ‘모모’가 지향하는 간단한 원칙들을 기억한다면 언제든지 그 함정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안심이 된다.
– 참여자 김수정님 나눔
2018.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