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안전한 배움의 공간, 피스모모_해진 / 2018 평화교육 입문과정 11기

 

안전한 배움의 공간, 피스모모

 

해진

 

 

   작년에 교육관련 세미나에 참여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시던 분이 한 아이의 이야기를 해주며 “아이들에게 학교가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해주신 말씀이 인상 깊게 들려왔습니다. 이때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내며 본인이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쳐낼 수 없는 구조의 문제를 말씀해 주신 것이었죠.

   생각해보면 정말 학교라는 공간은 안전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늘 어떤 ‘정상적인 기준’으로 부족한 부분만을 지적당해야 했죠. 때문에 스스로 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도 선생님이나 또래 친구들의 눈치를 봐야했어요. 제가 겪은 일들로 예를 들어보자면 예쁜 운동화나 가방을 사고 싶어도 학교의 규정으로 인해 무채색으로만 사야만했고, 운동을 하고 싶어서 야자시간을 빼고 합기도 학원에 등록했지만 담임선생님이 충분한 시간을 내어주지 않아 결국엔 그만둬야했습니다. 또,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잘못된 일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못하기도 했었죠. 아마도 이러한 일은 학교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꼭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법한 일일 것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공간은 이 사회에 정말로 많기 때문이죠.

   왜 우리는 학교, 직장 심지어 가정에서조차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안전’과 ‘사랑’이 아주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할 수 없는 것이죠.

 

 

우리 어렸을 때는 모두 다 초능력이 있었잖아요. 천재인 것 같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자라며 다 평범해졌어요. 사랑을 해서 그래요. 왜 사랑을 하면 초능력이 없어지느냐 하면, 사랑을 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누군가를 좋아하기 전에 그 사람의 행동은 너무나 명료하죠. 우리 반 어떤 친구를 묘사할 때 쟤는 욕심이 많아, 운동을 잘해, 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고 나면 그 정도로 요약이 안 돼요. 이해가 안 되고 그러면서 고독해지죠.

 

그러면서 예전에 내가 어떤 사람을 판단했던 게 얼마나 폭력적인 일이었나를 알게 돼요. 이처럼 세상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내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때 명쾌해져요. 그때 이제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죠.

 

인생에서는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나 책이나 견해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일을 성가시게 하고 쉽게 포기하게 만듭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지 않게 되는 거죠. 소통이 안 되는 때는 그때예요. 서로서로 모른 체하고 살자, 아무 상관없다, 알려고 들지 말자. 이 상태는 사랑이 없는 상태예요.

 

인문학을 한다거나 소설을 읽는다거나 문학을 한다는 것은 그 중간 단계로 가기 위한 것이에요.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문학을 하는 거예요.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했죠? 그것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서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진짜 열심히 해서 실연을 당하고 나면, 다른 인문학 책 백 권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남에 대해 관대해질 수도 있는 거죠.

 

– <인디고잉> 42호, '사랑하니까, 노력하라' 기사 중 김연수 선생님.

 

   제가 아주 좋아하는 김연수 선생님의 인터뷰인데요. 요즈음 특히 더 관계의 명료함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늦어도 괜찮아’, ‘낯설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 실 찾기’ 모모의 평화교육 입문과정은 참 따뜻하고, 제가 경험해본 거의 최초의 안전한 배움의 공간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모모의 교육적 바람과 섬세한 노력 덕분이겠지만 함께 사랑의 기운을 뿜뿜하고, 나눌 수 있었던 배움동무들의 역할 또한 아주 컸다고 생각해요. 토요일마다 배움동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너무 즐거워서 마지막에는 광대가 아플 지경이었죠! 낯선 눈을 마주보며 서로를 궁금해 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가락 끝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끼고, 마음을 전하는 일은 있는 그대로의 따뜻함을 나누어 갈 수 있었던 사랑의 시간이었어요. 그 사랑의 느낌이 서로를 함부로 규정하고, 판단하지 않고,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함께 만들고, 채워주었다고 생각하고요.

   선생님이면서 학생이기도한 상황에서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교육적인 어려움들을 극복하고자 조금 무리를 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매주 기차를 타고, 입문과정을 들으러 갔습니다. 정확한 해결책은 얻을 수 없었고(아마도 정확한 답이나 해결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거겠죠!), 오히려 더 많은 의문들을 가지고 왔죠. 하지만 그 의문들 덕분에 ‘나’라는 사람의 완고한 경험의 틀을 넘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희망과 의지 또한 가득 채워올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지역에서, 제가 속한 여러 공동체에서 그 희망과 의지를 이어가야겠죠. 또 한참을 걸어가다 인연이 닿을 때 따뜻하게 만나요!

 

 

 

 

 

 

 

 

 

 

 

 

– 참여자 조해진님 나눔

2018.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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