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1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서로 배움, 서로 배워줌을 마치고 by 다이만

후기에 대한 제안 연락을 받고,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내적인 경험이 공적인 공간에서 공유되는 일이기에 잠시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4주간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기억하며 정리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의 경험이 4주간 함께 한 배움의 공동체에게 ‘섞어섞어’ 연습을 위한 재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이 기회를 통해 배움을 함께 한 공동체원들에게 각자가 자신만의 경험을 기록하시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봅니다 – 수락을 하고서는 이렇게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몸으로 체화한 것들을 글로서 써내려간다는 것은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닌 듯하고, 왠지 언어로는 표현하고 나면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에 며칠을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마지막날 주머니에 담아온 몇몇 선물들을 기억해내고서는 그 선물들을 이정표로 삼아 이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1. 움직이는 중심

 

비가 오는 첫날, 게다가 피곤함이 가득한 심신을 이끌고 뛰기에는 애매하게 늦었는데, 교육장소는 적당히 알 것 같은 곳에 위치한 그런 애매한 마음 상태로 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첫날의 긴장감은 있기에 4층에 위치한 교육 장소에 엘리베이터가 없음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 참고로 마지막날에는 계단을 오르기가 어찌나 힘이 들던지요.

 

마지막 계단을 앞두고, 교육 장소의 문을 통해 소리들이 들려 나왔습니다.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쉼호흡을 하고선 들어갔지요. 간만에 참여자로서 참여해보는 오프라인 워크숍, 기대만큼 에너지 가득한 분위기였지만, 당시 영철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여자 방명록에서 반갑게 맞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느껴지던 낯설음과 어색함,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을 보면서 서로들 아는 분들인가보다를 힐끔 의식하면서 나와 같이 어색해하는 참여자는 없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앗 그러고보니 며칠 전 처음으로 참여한 모모 프로그램 덕분으로 몇몇 분들은 낯이 익구나 싶으며 곧이어 4주간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움직이는 중심’이란 단어는 그렇게 시작한 첫날의 키워드 중 하나였습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 줄곧 키워드로 삼아오기도 한 것이었는데, 첫날부터 인상 깊었던 활동인 ‘중심찾기’를 통해 이번 과정 줄곧 머리 속에 남아있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중심, 당시 하루 일정이 마무리 되어가는 오후의 끝자락에서 단순하게 ‘귀찮니즘’이 발동하기도 하였지만 저의 경우에는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가운데라고 생각하는 곳에 섰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다양한 중심들이 각자 다양한 이유로 –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곳에 있거나, ‘카페의 사장님’의 자리에 있거나 등등 – 산재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어지는 질문은 그렇다면 중심에서 보는 나머지의 사람들이 위치한 곳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인가? 만일 중심이 아닌 ‘주변’을 찾아보기로 질문을 바꿨다면 나는 또 어디에 위치하였을까? 각자가 중심을 찾으라고 했을 때 어딘가를 찾은 것처럼, 주변을 찾으라했다면 그랬을 것처럼, 주변들이 없이 중심들만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예전에 깔깔 웃으며 보았던 ‘파리지엥의 시선으로 본 프랑스 지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 지도에는 ‘세계의 중심’(파리)외에 나머지는 ‘시골’로만 쓰여져 있는 그런 지도. 아마도 각자가 자신의 가치 체계에 따라 머리와 몸속 깊숙하게 가지고 있을 무수한 중심-주변 지도들, 그리고 그러한 지도에 따라 잊혀지는 무수한 주변의 이야기들.

 

평화하면 르완다의 제노사이드, 발칸 반도의 분쟁 지역들을 주로 떠올리며 막연하기만 했던 이 단어가 첫날의 선물과도 같이 저에게 보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으로 경험되었습니다.

 

 

2. 관계의 확장

 

시간은 정말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첫날에 느껴졌던 시간의 속도에 비해 점차로 빠르게 지나며 어느새 3주와 반나절이 지나고 4주차 오후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오후에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활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름하여 ‘비인간존재 되어보기’! 더 이상 너와 나, 우리라는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 닭, 지렁이, 나무에 이르기까지 특히나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는 ‘비인간존재’들이 되어보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맹방해변의 명주조개가 되었고, 사전에 누가 어느 존재들에 해당되는지 알려주지 않고 동작만으로 4~5명 해당 비인간존재들로 모이는 과정으로 우선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개껍질을 크게 벌리는 동작을 대부분 하는데 비해, 한 조개만은 조갯살을 내밀 듯이 손바닥을 앞뒤로 내밀었다하는 동작을 반복하며 다른 조개들의 궁금증과 민망함의 웃음을 자아냈던 순간이 우선 떠오릅니다.

 

이 활동의 마지막은 각 존재들(춘천 캠프페이지 지렁이, 맹방해변의 명주조개, A4용지 크기 우리에 사는 닭, 공혈견, 한라산 구상나무)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하는 것이었는데, 회의의 마무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뭔가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특히나 기후 변화와 연결이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각자의 사정과 상황을 듣는데 왠지 공혈견이나 닭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이 되면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명주조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책회의시 명주조개로서 발언을 하는데 뭔가 내적인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질문은 강아지의 경우처럼 더 자주, 가까이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들 외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특히나 ‘비존재’의 경우 어떻게 하면 그들에 대해서도 온전하게 염려하며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동할까였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확장’의 방법과 관련되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면, 여전히 잘 모르겠다이지만, 적어도 인드라망의 구슬들처럼 이러한 고민과 질문을 반영하며 함께 해주었던 공동체를 만난 것이, 이 질문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맹방해변의 명주조개 소개를 위한 그림으로 기사 작성중입니다.

 

 

 

3. P.E.A.C.E. 페다고지

 

키워드에서 첫날과 마지막 날로 중간을 훌쩍 건너뛰었는데, 저에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PEACE 페다고지일 듯합니다. 특히나 저에게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배움, 몸을 통하여 그리고 서로가 참여하며 대화를 하는 중에 자연스레 경험하는 배움의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점차로 빠져드는 재미까지! 기억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 주가 지난 지금 조금씩 후기를 써내려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준 것도 바로 그러한 경험적 배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기를 쓰는 지금, 평화라는 것이 나와는 무관하게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것이 아닌, 일상속에서 개인적이며 동시에 관계로서 경험하는 무엇이구나를 배울 수 있는 장을 준비해주신 모모와, 함께 해준 배움의 공동체에게 다시금 커다란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다들 오늘도 자신의 일상에서 평화를 경험하시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함께 한 그룹에서 만들어 내려간 시로 마무리를 해봅니다.

 

 

<평화 빈 칸>

 

오~ 평화 당신은 누구신가요?

노래하고 춤추고 생각에 잠겨도 좋은

너와 나 모든 존재와의 신비로운 만남

으로 인해 너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연결되어 있다는

그래서 편안하기도 불편하기도

 

괜찮아 괜찮아 뭐든지 괜찮아

너에게 나에게 모두에게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

나의 특별함을 아는 데서부터

우리의 특별함이 함께 하기까지

오~ 평화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우리를 OO하게 만드시나요

 

 

공동 작업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에서 사랑이 묻어나지 않나요? 🙂

 

 

 

2021년 5월의 어느 날,

다이만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