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1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서로 배움, 서로 배워줌을 마치고 by 메히

평화는 당연히 추구해야 할 것처럼 여기면서도 막상 평화를 이루고자 했을 때의 평화란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을 때,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처음으로 알게 된 곳이 ‘피스모모’였다. 본격적으로 피스모모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작년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 될 즈음이자 평화를 학문으로 접하기 시작한 때였다.

 

무엇을 새롭게 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막연했던 시기에, 피스모모는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는 시도를 적극적이고도 섬세하게 준비해서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큰 물음에 압도되고 있던 나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후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일 년여의 시간을 피스모모의 프로그램과 함께 하던 중이었는데, 쉽사리 잡을 수 없었던 오프라인 참여의 기회가 ‘피스모모 평화교육 진행자되기 : 서로 배움, 서로 배워줌’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임 장소에 들어갔을 때, 겉으로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피스모모의 ‘배움동무들’을 실물로 영접(!)하는 기쁨이 매우 컸다. 반가우면서도 수줍어서 주춤거리는 순간들조차 나름대로의 즐거움이었다. 어떻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평화 배움의 시간을 함께 하게 될까를 상상하며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낯설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느려도 괜찮아’

‘사소해도 괜찮아’

 

과정이 점차 무르익으면서, 처음에 새겼던 ‘다 괜찮다’는 이 작은 약속들은 어느새 모임을 함께 하는 우리 안에 평화를 이루는 환대의 마음을 자라나게 하고 있었다. 오프라인이 아니면 도저히 느낄 수 없었을 순간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다채롭게 일어나는 경험이 매일의 시간 속에 주어졌다.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소통을 단절하는 언어와 몸짓을 자행하고 있고, 얼마나 서로의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직접 말하고, 듣고, 행동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몸으로 체감한 것이 첫째 날의 인상적인 체험이라면, 만남의 횟수가 더해질수록 나와 타자, 중심과 주변, 권력과 폭력의 관계 등을 몸으로 느끼는 체험들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더욱 심도 있게 주어져서 나 또는 우리, 그리고 타자화 된 존재들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 중간 중간 머리를 때리는 듯한 순간들이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무거운 짐만 지어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진행자, 참가자 모두가 ‘배움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체험과 의견들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변화의 역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4회차의 시간동안 계속 강조되었던 ‘서로 배움과 서로 배워줌’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굳이 이론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평화가 관계의 문제라고 한다면, 평화를 꿈꾸고 이루어나가는 데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스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칠 무렵, 마음에 담고 싶은 단어의 조각들 중 하나가 ‘더듬이’였다. 시각으로는 다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알아차리게 하는 기관인 더듬이는, 내 관점과 편견과 무지로 볼 수 없었던 무언가를 다시 보고 알아차리게 하는 상징이라 여겨졌다. 내게서 자라날 두 개의 더듬이가 있다면 하나는 나 스스로 키워야 할 ‘섬세하게 알아차림’을 일상 안에서 꾸준히 익히는 일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배움의 공동체를 통한 배움’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헤어지는 순간의 아쉬움을 덜어낸 것은, 후속 모임이 있을 거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부터였다. 이 만남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첫날의 설렘처럼 아직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때까지 내 몫의 더듬이를 잘 키워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평화교육 진행자 되기 과정을 위해서 프로그램 자체는 물론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을 반겨주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써주신 피스모모 선생님들과 묵묵히 준비와 정리를 도와주셨던 참가자 분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21년 5월의 어느 날,

메히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