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의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입문과정>은 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교육적 감성을 흠뻑 부어준 마중물과 같은 만남이었다. 나는 2012년부터 다문화이해교육 강사로 활동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어 기존의 경험과 방법을 통해서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한계에 오랜 시간 봉착해 있었다.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있었지만, 더욱 극단화되어 나타나는 갈등과 분열, 혐오와 차별로 인해 더욱 주변으로 밀려 나가고 있는 이주민의 인권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어서는 평화와 평등한 삶을 조금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점점 절감하고 있었다.
변화를 위해 이주민의 현실을 공유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나에게 어려운 것은 어떻게 시민들에게 말을 걸어 소통과 연대를 확장하기 위한 한 걸음을 뗄 것인가 하는 방법이었다. 진행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방법을 궁구하던 중에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입문과정> 안내를 보았고, 교육과정에 적혀 있는 “진행자 되기”는 그동안 찾고찾던 내 마음에 딱 들어맞는 적확한 문구였다.
교육 첫날, 바쁜 일상에 찌들어 피폐해진 몸과 마음으로 언덕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한 공간과 환하게 맞이해 주는 가지와 영철. 동그랗게 둘러앉은 처음 본 분들이지만 왠지 친근한 나와 같은 참여자들. 지친 마음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시간은 내게 조금씩 조금씩 평화를 심어주었다.
매주 토요일 네 번의 교육이었지만, 한참의 시간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는 배움과 체험의 생각거리들이 주어졌다. 피스모모의 프로그램은 평화/교육/진행자/되기를 몸소 체득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좋은 교육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교육의 방법들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효과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진행자가 되어야 하는지 가지, 영철, 대훈, 아영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낯설어도 괜찮아요>, <달라도 괜찮아요>, <느려도 괜찮아요>, 단지 말만이 아니라 교육 속에서 진행자를 통해 평화적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며 참 기뻤다. 이미 알고 있는 문구들이지만, 타인을 향해 실천하기 어려운 관념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또한 참여자들과 서로의 말과 서로의 방법들을 나누면서 배우는 ‘서로 배움’은 이 과정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배움은, 나는 부정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는, 나아가 일원론적 이성을 추구하고 하나의 표준을 지향하는 나 자신을 오롯이 직면하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이 경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던 나에게 새로운 소통을 통한 변화의 희망을 안겨 주었다. 나는 그래서 놀라웠다. 가능하구나.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진행자가 되기 위해서 나는 성장해야 한다. 서로 배움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의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더 많이 토론해야 한다. 평화를 교류하는 진행자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발견하고 빈 공간을 다양성으로 채워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시민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스모모와의 동행이 더 필요하다. 변화와 성장의 시간은 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피스모모와 서로배움 동무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P.E.A.C.E.페다고지의 교육철학을 실천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 준 피스모모에 감사하며, 평화/교육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