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By 진아 / 2017 평화교육 입문과정 10기

'평화교육 입문과정 10기' 후기글

– 참여자 최진아님 나눔

2017. 7. 8.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한국어교사이다.

그동안 다양한 국적의 많은 학생들을 만났지만, 한 번도 교육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그저 학생들이 한국어를 재미있게 배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교육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인천에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어로 서툴게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수업시간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떠들고, 싸우고, 소리 지르고, 뛰고, 핸드폰을 하고…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따뜻한 선생님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 화를 내면 그 순간은 조용했지만 아이들은 다시 떠들었고 문제가 해결 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집에 오면 진이 빠져 힘이 하나도 없었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른 것에 대해 항상 후회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일까?'

'내가 교육하는 방식이 과연 평화적인 방법일까?'

'그렇다면, 좋은 교육은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이 더해질수록 마음은 답답해졌고,

그 무렵 나는 하늬 활동가님을 통해 평화교육 입문과정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거다!' 확실한 답은 얻을 수는 없겠지만,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다.

 

드디어 교육 첫 날,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안으로 들어섰을 때 느껴졌던 따뜻한 온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이 곳에서 나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들을 가지고 이 곳에 왔는데 모모의 따뜻한 환대와 아름다운 꽃들이 원래 내가 이 곳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모두가 따뜻한 원으로 둘러 앉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는데, 모모에서는 ‘느려도 괜찮아, 늦어도 괜찮아, 달라도 괜찮아, 낯설어도 괜찮아’ 라며 첫 시작을 열어주었다. 뭐든지 괜찮다니,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괜찮다’라는 말보다 ‘안 돼’라는 말은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늦으면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 뛰면 안 돼! 떠들면 안 돼!’

사실 교육이란 것이 정답도 오답도 없는 것인데, 나는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나의 기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갑자기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이 수업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빈 의자에 손님을 모시고 서로 초대하고 환대하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여 액자 이미지를 표현해 보고, 중심 찾기 활동을 통해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온 마음을 다해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반응하는 활동들을 하며 1회차 활동이 마무리 되었다. 기존의 기성교육을 받고 자라고, 지금도 그 기성교육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모모의 이 교육이 너무 신선했다. 오랜만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교육에 임하였고, 집에 오자마자 나는 교육에서 느꼈던 설렘을 가지고 평소보다 일찍 단잠에 빠졌다.

 

2회차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교육은 ‘의자로 권력관계 표현하기’ 활동이었다.

권력이라는 이미지를 참가자들이 의자로 표현해보고, 그 작품의 느낌을 참가자들이 함께 관찰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의자에 개수는 한정되어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표현한 권력은 모두 달랐고, 하나의 작품에 느꼈던 점도 모두 달랐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르게 표현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사전적 정의나 텍스트로 설명하는 교육이 아닌, 몸으로 직접 표현하고 함께 관찰하고 나누며 평화교육에서 권력을 다루어야 하는 필요성을 이렇게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활동이었다.

 

3회차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4회차에 참여하기 위해 미래청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첫 날 모모가 나에게 주었던 인상처럼, 따뜻하고 포근했다. 하지만 이미 4주간 교육을 통해 만난 인연들, 그리고 이 곳에서 배웠던 새로운 배움들 때문이었는지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따뜻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시로 평화의 느낌을 이야기 하고, 마지막까지 모두가 모두에게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활동했다.

 

그리고 모든 활동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순간, 바로 ‘안녕의 아름다움’.

 

내 생애에 누군가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인사하고 누군가를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준 적이 있었던가.

내 옆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내가 만나는 인연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는 마음을 진심을 다해 가진 적이 있었던 가.

마지막 순간 나는 나와 마주한 그분을 꼭 껴안고, 내 주변에 모든 분들에게 소중한,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평화교육 입문과정을 마무리 하였다.

 

마지막으로 평화교육 입문과정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느꼈던 따뜻한, 신선한 그리고 조금은 복잡한 감정들을 내가 좋아하는 시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시의 구절처럼, 교육의 모든 것이 목적을 생각하는 분주함 속에서가 아니라,

평화의 자리에서 보다 깊이 알고 느끼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

 

지식을 넘어서

 

우린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우리의 마음을

지식들로

믿음들로

자료들로

또 세상의 이야기들로 채우려고.

 

그렇게 우린 인간의 생각들이 되어 버리고

그 대신 우리 자신을 잃어버린다.

‘어떻게’를

‘왜’를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목적을 생각하는 분주함 속에서.

 

우리는 우리 존재를

온갖 경험들로 위장한다.

 

평화는 고요함 속에서 머무는 것,

그 평화의 자리에서

보다 깊이 아는 것이

 

무한한 조화와

열린 사랑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패트 패트라이티스 암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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