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APWLD 군사주의, 평화, 여성인권 회의 참가 후기_뭉치

안녕하세요. 피스모모에서 활동하는 뭉치라고 합니다. 저는 지난 8월 치앙마이에서 열린 APWLD (Asia Pacific Forum on Women, Law and Development) 군사주의, 평화, 여성인권 회의에 참석한 후기를 나누고자 이 글을 씁니다. (영상 스케치 보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주의와 분쟁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강화되고 있지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권력을 동원한 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서고 있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거센 탄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시민참여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어떤 도전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 페미니즘, 개발정의를 다루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제들이 논의되었습니다. 

-군사주의와 권위주의가 소외된 공동체의 인권, 특히 여성들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

-군사주의와 권위주의에 맞서는 여성인권옹호자들의 활동 공유와 스킬 쉐어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평화구축에 대한 요구 확인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은 각각의 활동을 공유하면서 군사주의가 지역사회의 안전, 특히 여성의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념화했습니다. 일본, 파키스탄, 미얀마 등 다양한 지역의 활동을 돌아보며 함께 확인한 것은 명확했습니다.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 그리고 가부장제가 교차하며 발생시키는 권력의 불균형은 의사결정권자, 커뮤니티, 개인 등 모든 수준에 걸쳐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과 민족 간에 갈등을 만들고, 일상의 영역에 침투하지요. 사회문화적으로 작용하는 갈등의 구조 아래, 사람들은 이러한 갈등과 권력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필연적으로 정상성의 특징을 지닌 남성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이러한 체제는 성적 위계와 폭력의 기제로 작동하며 여성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지점은 국제정치행위자들이 평화와 안보를 말하며 군사권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이해관계가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WILPF의 활동가 루드밀러 크윗코는 글로벌 군비에 대한 분석을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임을 상기시켰습니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동기가 되어 군산복합체와 군사동맹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지만,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데 평화와 인권활동은 적절한 방식을 찾지 못한 것 같다는 그의 지적이 마음을 찔렀습니다. 그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개발 사업들이 대표적인 “가스라이팅”의 결과라고 말했는데요.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기구들이 내놓는 지표들이 개발과 재건을 말하며, 자유시장을 키우기 위해 지역의 커뮤니티를 착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맞서는 선주민과 활동가들은 군사화된 공권력과 보안기업에 의해 탄압을 받고 있고요. 신자유주의적 접근은 당연히도 지속가능성과 정의를 담보하지 못하는데,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에 인권과 평화 원칙을 요구하는 방식의 운동(특히 기업과 군사집단에 인권과 환경 기준을 요구하는 방식)이 과연 얼마나 유효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군사화, 개발정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인권과 평화운동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요.   

 

 

군사주의는 신자유주의적 패권 확장에 필요한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지만, 주류 미디어가 이를 정확히 다루지 않고 있을 뿐더러, 오히려 전쟁과 군사주의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인도의 연구자 아누라다 체노위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NATO인데요. NATO는 여성들을 포용하는 매우 엄격한 정책을 가지고 있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미디어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할만큼 큽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이는 가부장제와 남성성에 여성들을 편입하는 것일 뿐,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남성주의 리더십은 평화를 말하며 갈등을 정당화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특히 도서국가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군사주의와 젠더를 지역관점에서 논의할 때, 기후위기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안되는 의제입니다. 참가자들은 군비경쟁이 기후대응 재원을 축소시키고 있는 현상부터, 미군기지의 직접적인 환경파괴, 기후난민, 선주민들의 공동체 파괴 등 군사화가 야기하고 있는 기후환경 파괴를 고발했습니다. 기후와 관련한 문제는 다양한 생물과 사람의 권리와 교차하는 문제인데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하는 주제입니다.  한 선주민 활동가는 “정의로운 전환을 말하는 1세계의 기후정의 운동이 선주민 커뮤니티를 공격하고 있다”고 고발했는데요. 석탄 채굴을 기반으로 삼던 지역 공동체가 소위 말하는 ‘정의로운 전환’ 사업의 일환으로 광산을 잃게 된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거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무장한 보안요원에 의해 폭력을 당했고요.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게 된 ‘기후위기’라는 위기에 그 지역의 사람들은 과연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을까요?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모조리 빼앗길 만큼의 책임이 그들에게 있었던 걸까요? 여기에 ‘네’라고 답할 수 없다는 것은, 국가별 탄소배출량 추이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있는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군사주의에 맞서는 여성들의 운동은 어떤 운동이어야 할까요? 권력의 불균형을 파괴하고 삶과 안전에 관한 결정권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운동사회 안에서 역시 내부의 불평등을 계속해서 인지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만 이렇게 교차적인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페미니스트 평화운동은 포용적이어야 하고, 액션 중심이어야하며, 공동체가 직접 연구와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말에 격한 동의를 아끼지 않으며 3일 간의 컨퍼런스 참가를 마쳤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논의된 구체적인 전략은, 앞으로의 활동과 연결로 이행해나가려고 해요. 평화는 모두의 것이라는 야심찬 꿈을 가진 피스모모의 활동 역시 페미니즘 운동이며, 그래야만 하니까요! 

 


3일간의 회의 마무리에 발표된 페미니스트 평화와 정의에 대한 비전. (APWLD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