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함께 돌봄의 날”(cuddling day)_소나기

소나기는 피스모모의 소중한 진행자이자, 평화를 실천하는 멋진 활동가입니다. 

 

      

 

저의 작은 벗과 함께 종종 비인간존재들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곤 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남극에 서식하며 극한을 견뎌내는 황제펭귄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많은 펭귄 무리가 원형으로 겹겹이 서서 서로에게 꼭 붙어 혹독한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기대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바깥쪽에서 추위를 막아내며 견뎌낸 펭귄들이 지칠 때면, 안쪽 대열에 있는 펭귄들이 바깥쪽으로 나가 바람을 막아내고, 바깥쪽에 있던 펭귄들은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는 행위를 통해 극한의 추위로부터 서로를 지켜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허들링(huddling)이라고 하던군요. 아주 인상 깊은 몸짓이었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경이로움이 일었습니다.

 

고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를 맞아 함께 애도하고, 교육의 깊은 변화를 위한 ‘2023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 광장을 향하시는 선생님들을 지지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습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의미와 광장을 향한 선생님들을 지지한다는 마음을 신청서에 꾹꾹 눌러 담아 말이죠. 그리고 9살 세상살이 중인 저의 벗 하윤이와 함께 황제펭귄의 허들링을 소개하고 그 삶을 담아 피스모모에서 마련한 ‘함께 돌봄의 날(cuddling day)'에 참여했어요. 지난 날 함께 보았던 황제펭귄의 허들링의 모습을 시작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피스모모와 커들링데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참여 동의를 미리 하고 나선 당일,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시간동안 이동을 하면서 저의 작은 벗에게 체험학습 신청과 피스모모의 ‘함께 돌봄의 날’에 참여하게 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피스모모 사무실 앞에 도착하여 낯선 공간과 낯선 얼굴들을 맞이하게 될 순간이 긴장이 되었는지 멈칫멈칫 하던 작은 벗은, 자신을 환대하며 맞이해주는 이모, 삼촌들 앞에서 부끄러운 웃음을 건네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취향을 노린 피스모모의 작당모의(^^)에 제대로 걸려들었죠! 이렇게나 크고 폭신폭신한 홍학과 오리라니! 금세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 작은 벗은 개구리 삼촌이 초반에 체력을 방전하면서까지 종이 공놀이를 함께 해준 덕분에 금세 친해진 친구와 함께 홍학 튜브 위에 납작 엎드려 다리를 까딱까딱 하며 편안히 그림책을 보았습니다.

 

 

가지께서 진행해주신 평화놀이 서로 배움 활동 속에서 서로의 별칭과 이름을 즐겁게 부르고, 빙고 활동으로 서로를 유쾌하게 만나고, 달라진 점 찾기로 팀별 협력과 섬세한 관찰, 그리고, 정지극이라는 예술적 행위를 경험한 후, 손을 깨끗이 씻고서 꼬마김밥을 돌돌돌 스스로 말아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프로그램들은 재미를 장착하고서 ‘어서와 이제 내 차례야’ 하는 듯 이어졌어요, 모모의 11살 생일 케익도 함께 만들어 축하하고, 엘리멘탈 영화에 함께 하는 보드게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어울렸답니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아! 더 있고 싶어, 함께 더 놀고 싶어’하는 마음이 한 가득이었으나 이른 아침부터 활기찬 작은 벗들의 에너지를 따라가느라 힘을 쏟은 모모의 이모, 삼촌들의 에너지 충전의 긴박함을 알아차리고는 약속 시간에 맞추어 ‘안녕’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재미있는 시간 준비해주시고,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서 피스모모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작은 벗에게 물었어요.

“오늘 피스모모 ‘함께 돌봄의 날’이 하윤이 에게는 어떤 날이었어?”

“재미있는 날!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어. 아주 많이 재미있었어. 그리고 친구들이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친해져서 좋았어. 다음에도 오늘 만난 친구들을 또 만나서 함께 놀고 싶어!”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평화는 모두의 평화일 때 비로소 평화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함께 돌봄의 날(cuddling day)'이 이처럼 즐겁고 기뻤던 것은, 서로 연결된 존재들이 서로에게 품이 되어준 까닭이고, 그 온기 속에서 한 존재, 한 존재의 존엄이 세워지고 지켜내지고 있는 이유이겠지요. 이러한 생명의 순리가 참으로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커들링데이(cuddling day)?

피스모모는 ‘평화는 모두의 것(peace as commons)’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해요. 그렇게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commoning)에 주목하지요. 그리고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황제펭귄들의 허들링(huddling)처럼 서로를 돌보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 ‘커들링(cuddl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커머닝(commoning)+허들링(huddling)의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