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우리는 여기 존재하고 있습니다.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도 다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 대표가 이동권 투쟁과 관련해서 언급한 말입니다. 최근 도로교통법위반 등의 혐의로 전장연 활동가들에게 총 4,400만 원의 벌금이 누적되었고, 이들은 벌금 대신 노역을 택했습니다. 다행히 벌금에 대한 기금이 모여 3일 만에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국가기관인 구치소조차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거의 없고 활동지원사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국가의 책임 아래에 있는 공간에서조차 이동권 보장이 안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었지요.

 

“우리는 여기 있습니다. 이 사회를 확장시키세요.” (박경석)

 

장애인 활동가들은 버스를 막아서고 도로를 점거함으로 그 사회의 협소함을 드러냅니다.

존재하는 모두에게 '자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구인가요?

 

4월 20일 오늘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는 “장애인의 날”이 아닙니다. 장애는 감추거나 극복할 수 있는 또는 극복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여러 삶의 조건 중 하나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몸을 가진 모든 존재가 동등하게 존엄함을 말하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지금의 협소함을 벗어난 확장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초엽 작가의 말을 빌려봅니다.

 

이제 나는 우리가 다른 미래에 도달하는 상상을 한다. 그 미래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존재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아프고 노화하고 취약한 존재들의 자리가 마련된 시공간이다. 그리고 서로의 불완전함, 서로의 연약함, 서로의 의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세계이다.

– 김초엽, 김원영 〈사이보그가 되다〉 

 

 

* 박경석 대표의 말은 모두 닷페이스의 영상 “전과 27범, 벌금 거부하고 구치소 다녀왔습니다”에서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