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_칼럼] 교실이 서로를 돌보는 배움의 공간이기를 바라며

교실이 서로를 돌보는 배움의 공간이기를 바라며

 

 

 

글. 도란도란

 

 

2020년 1학기,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온라인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환경도 익숙지 않은데,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상호수평성을 지향하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고민 속에서 분투한 교사들이 많았지요. 온라인에서 충분한 관계와 역동이 만들어지지 않던 순간에는 이러다 교육이 퇴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한참 늦어진 등교일, 유례없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등굣길의 재잘거림과 설렘, 웃음들은 마스크에 가려졌고, 꽃샘추위가 한창일 3월의 등교풍경과는 다르게 춘추복과 하복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바뀌어 버린 일상을 생생히 보여주었습니다. 한 사람씩 줄지어 교문 앞 열화상카메라 앞을 지나야 하는 모습도 생경했지요.

 

지금 학교는 ‘교육’이라는 본연의 역할과 더불어 ‘방역’이라는 역할까지 해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교육과 방역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예민한 시선 속에서 교사들은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학교가 진 그 부담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첫 확산시기에는 사회적 재난이라 할 만한 위기 상황이기에 임시방편처럼 온라인 수업 환경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안에서 지금의 교육 환경 역시 장기간 지속되거나 시스템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놓치지 않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병행, 사람과 사람 간의 제한된 접촉과 소통, 방역 관리 등 지금의 바뀐 교육 환경에서 학교가 배움의 공간으로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은 어떻게 연결되고 만나야 할까요?

 

당연하게도, 무엇보다도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학생들이 무엇을 경험하며, 무엇을 배워가게 될지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안전과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고려한다면, 그것이 정말 가장 좋은 선택일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가령 위생 수칙과 관련하여 상벌점 제도를 적용하고 학생들이 자리하는 모든 공간을 감독, 통제하려는 시도와 선택을 할 때, 이는 학교 공동체에 무엇을 남길까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요?

 

모두의 안전은 공포와 절대적 통제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학교는 자원을 관리하고 배분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함께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의 건강을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모두의 안전에 대한 대책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늦춘 것도 한국 사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 아니었던가요?

 

그렇기에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경험보다는 코로나19에 함께 대응하는 주체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약속을 만들어나가고 지키는 과정에 초대받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민주시민성과 함께 연결되어있음을 확인하는 공존의 문화를 더 깊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까요? 어떤 새로운 낯선 상황이 오더라도, 배움의 과정을 찾아내는 것이 배움의 공간으로서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 아닐까요? 

 

현재 학교현장에 전달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각급 학교 현장조치 매뉴얼’은 학생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수업 및 평가 과정에서 모둠별 활동과 밀접 접촉을 방지하고, 학생 간의 거리는 유지하며 학급 내 모둠 자리 편성은 지양할 것 등을 명시하여 수업과정에서도 ‘거리두기’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은 점차 이전의 권위적 관계,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을 주체로 자발적, 민주적 교육을 지향해왔습니다. 그렇기에 교실에서 모둠활동 없이 교사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마치 시험을 치를 때처럼 책상 사이에 거리를 두는 등 물리적 거리두기를 일방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상황은 교사도, 학생도 모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이자 도전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곧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시도해봐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바뀐 환경에 따라 수업을 준비할 때도 일방적 지시, 지식 중심의 학습으로 흐르게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교사의 세밀한 주의와 섬세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둘째, 여러 가지 전환과 역동을 겪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정된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배움의 안내자, 촉진자로서의 교사가 더욱 필요합니다. 셋째, 낯선 상황일수록 그 안에서 발견되는 학생들의 경험과 흥미를 소중히 여기며 이를 적극적으로 경청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배움을 촉진하는 교사가 필요합니다. 

 

방역을 이유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몸의 거리는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며 배움을 촉진하는 다각적인 시도가 필요한 것이지요. 

 

코로나19 이후, 그리고 등교 개학 이후, 이전에 희미하게 알고 있던 빈 곳이 더 도드라지게 보이기도 하고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새로운 빈 곳들도 보입니다. 누군가는 교육의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졌다고 하기도 했지만, 미디어를 매개로 교육의 공간이 집 안으로 연결되면서, 학생마다 다른 상황들과 자원의 격차가 더 또렷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붙어 다니지 말라는 복도가 사실은 얼마나 좁은지, 학생들 탓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얼마나 비좁은지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학생들 마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사회적 자원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학교는 어떤 공동체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걱정과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낯선 변화를 맞이한다는 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전의 세계를 거리 두고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일상을 살아내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교사인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바꾸어나가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학교는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움이 일어나는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배움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반짝이는 성찰이 일어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물리적 거리로 인해 그 과정이 느릴 수도 있고, 역동이 크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기운과 관계가 배움을 만들어나가는 바탕이 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학생분들, 또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며 마음 졸이실 학부모님들, 코로나19 대응에 애쓰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불안과 두려움으로 웅크린 몸을 쭉 펴고 새로운 모색과 시도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챙기는 실천이 곧 배움이 되는 학교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니까요.

 

 

 

도란도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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