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8 모모평화대학 봄학기 실천평화학 4강(5/2): 이하선(새봄)

 

 

[후기] 2018 모모평화대학 봄학기 실천평화학 “포스트평창, 탈분단을 상상하다”

4강: 젠더관점으로 본 분단체제:분단된 마음, 군사주의와 페미니즘(5/2)

작성: 이하선(새봄)

 

 

4강 강의를 듣기 전에 ‘4.27 판문점 선언’을 보고 난후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무엇이 자신에게 다가왔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조별로 나누었다. 남북이 손을 잡고, 종전을 약속하고 평화체제로 간다고 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일상의 삶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두려움이 공존한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후에 명지대 여성학 김엘리 교수님께서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 위해서는 ‘분단’이라는 체제 안에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분단이라는 체제 아래 적을 공격적이고 야만적으로 규정하는 ‘적대감’이라는 감정이 군사주의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군대 내에서 핵심적인 남성성을 행하는 남성 군인은 나라를 지켜야 하고 가정을 지켜야 하는 국민으로 훈련받는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정상적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애국자가 되어 나라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군사주의에서 나타나는 ‘보호-피보호’의 패러다임이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 영역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노인을 돌보는 일은 주로 여성이 하게 된다. 같은 ‘돌봄’인데도 공적 영역의 돌봄은 남성의 역할, 사적 영역의 돌봄은 여성의 역할로 규정 지어 사회 내에서 여성은 동원되거나, 부재하게 된다. 나는 최근 여성의 공적 돌봄의 역할 또한 많이 확대 됐다고도 생각했지만, ‘여성성’이 주로 사적 영역에 국한 되어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우리가 북한을 바라 볼 때도, 여러 측면으로 여성화된 타자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북한을 개방해야 될 대상으로 바라본다던지, 그리움과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우리보다는 가난하고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만약에 북한을 우리가 흡수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평화체제는 구축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엘리님은 ‘그렇다면 젠더질서 변화는 탈분단에 왜 필요한가?’에 관한 질문을 던져주셨다. 위계화 된 젠더 질서는 남성-여성, 자연-문명, 부-가난과 같은 가치를 이원화하는 큰 담론을 만들어 내고,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존재를 혐오하게 한다. 북한과 우리가 오랜 세월 단절 돼 있었고, 미디어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 또한 북한을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로 우리가 도와줘야 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투 운동이 궁극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봤을 때 우리 조는 우리 사회 내에 여성이 남성의 부차적인 존재로 종속되어 생기는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 약자가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깨는 것이고, 폭력을 폭력으로 바라보도록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분단체제와 미투 운동에 대한 연관성이 처음에는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강의를 듣고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구나’하고 느끼며 새삼 놀랐다.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소수자의 목소리들도 높아 질 것이고 모두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군사주의와 국가주의가 해체될 것이고, 우리는 편견 없이 북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판문점 선언’으로 통일이 한걸음 가까워 졌지만, 우리 안의 이분법적인 생각들을 고찰하지 않고서는, 분단체제를 극복하기가 어려울 것 이다. 너무 급하게 이루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고 조심히 발을 딛고 한걸음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번 강의는 그동안 나의 관심사였던 두 가지 키워드 ‘분단’ ‘젠더’가 잘 연결되어지고,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 수 있어서 더욱더 마음에 와 닿는 강의였다.

 

이하선(새봄)님을 소개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