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어느 전쟁의 기록 – 승자는 누구인가』 편에 대하여
지난 3월 19일 토요일
현재진행형인 전쟁 앞에서의 조심스러움을 공유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는 이번 방송에 대해 우려와 아쉬움을 전합니다.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본 편의 방송 취지를 “압도적 무력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있는 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함이라고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생생한 증언들과 저항의 장면을 통해 전쟁이라는 폭력 앞에 맞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게 된 복합적인 원인들을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키고 있는 힘의 정체를 밝힌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대응상황을 공유하며 군사 전략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국내 군사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할 뿐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민족적, 국내·국제 정치적 등 다양한 층위와 역사적 맥락들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원인들로 발생한 결과입니다. 해당 방송은 역사적 맥락을 다루지 않음과 동시에 미국 및 유럽의 국가들이 후방에서 군사적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만 강조할 뿐,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도록 만드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또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사지로 내몰린 수많은 러시아 청년들의 고통과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반대하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승자와 패자,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단순화시키며 특정한 인물을 영웅화하는 것은 현재 전쟁의 해결에도, 앞으로 또 발생할 전쟁의 예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의 비극을 멈추고 앞으로의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갈등예방 능력과 중재 역량 강화, 더 나아가 적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공동안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입니다. 피스모모는 두 차례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이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피스모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들에게 공영 방송으로서 방송의 내용이 미칠 사회적 영향과 파급력을 고려하여, 방송의 목적과 내용 구성에 있어 좀 더 세심한 판단과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합니다. 분쟁 예방과 평화세우기에 있어 저널리즘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3월 23일
피스모모
* 이 논평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도 전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