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신자: 각 언론사 사회부, 교육부 담당 등
▨ 발신자: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피스모모)
▨ 날 짜: 2017년 9월 21일 (총 3쪽)
▨ 제 목: [보도자료] 청소년 집단 폭행사건을 통해 바라본 교육 현장 내 폭력에 대한 교육부 입장 공개질의
교육 현장 내 만연한 폭력에 대한 책임 있는 성찰과 변화를 촉구하며
교육부의 철학과 입장을 묻는다
1. 마음을 담아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2. 9월 20일(수), 피스모모는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비롯한 교육 현장 내 폭력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김상곤 교육부 장관 앞으로 발송했습니다.
3.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 이어 여러 청소년 폭력 사례들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소년법 개정과 폐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9월 12일 관계부처 합동 TF를 발족해 소년법 개정을 비롯한 종합대책 마련을 언급했습니다.
4. 피스모모는 성적과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 문화, 권위주의와 위계서열이 지배하고 있는 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소년법 개정의 처벌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은 청소년 폭력과 범죄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합니다. 교육 현장 내에서 지속적으로 폭력 문화를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이 우선 이루어져야 함을 촉구하며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고유함이 중심에 서는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마련할 것을 요청합니다.
5. 이에 피스모모는 ▷학교 폭력 문화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 ▷교육현장 내 수평적인 관계맺음을 위한 환경 조성에 대한 교육부의 철학과 입장 ▷교육현장 내 비폭력적 관계맺음 형성을 위한 교사의 역할과 이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교육부에 발송해 응답을 요청했습니다.
6. 김상곤 장관에게 보낸 질의서는 아래와 같습니다. 끝.
# 붙임. 청소년 집단 폭행사건을 통해 바라본 교육 현장 내 폭력에 대한 교육부 입장 질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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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집단 폭행사건을 통해 바라본
교육 현장 내 폭력에 대한 교육부 입장 질의의 건
수신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발신자: 피스모모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과 더불어 보도된 사진을 보며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조폭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중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후 강릉, 아산 등 청소년 폭력의 다른 사례들이 연이어 보도되었고 학교 폭력에 대한 논의는 ‘소년법 폐지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소년법은 미성년 범죄자 형사처벌 특례규정으로 가해자의 처벌을 두고 여론은 뜨거운 논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9세 이상 성인 1만 1533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14명 응답자의 90%가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폐지하여 성인과 동일한 처벌에 처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에는 무려 27만 2060명(9월 19일 기준)이 참여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본 사안에 대책을 논의하도록 주문했고 몇몇 국회의원들 역시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소년법 개정 혹은 폐지가 청소년 폭력과 범죄를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처벌’에 대한 논의로만 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청소년 범죄를 보다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주장 앞에서 잠시 멈추어 생각하기를 제안드립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부르는 사회가 곧 청소년들의 오래된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점점 극심해져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지속적인 안보 위기 속에서 일상이 된 불안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이제는 특별한 뉴스도 아닌 사회, 갑–을 관계를 개인의 힘으로 버텨내야 하고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는 것이 큰 욕심이 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공부만 잘하면, 성적만 좋으면 인정받고 그렇지 못하면 ‘부적응자’, ‘낙오자’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사회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사랑하고 인간다운 삶을 고민하는 아이들이 길러질 것이라는 기대는 그야말로 판타지가 아닌가요?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때리는 부모들, 유치원생을 때리는 교사들,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스승들, 부하직원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가하는 상사들 등 뉴스는 온갖 폭력들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를 위해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일상적인 대한민국에서, 식민주의와 독재 체제, 가부장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고 교육받으면서 체득한 권위주의와 위계서열이 지배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이번 사건은 뜻밖의 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교육은 권력과 권위에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길들여오지 않았습니까? 기성세대에 의해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학교에서 늘 봐오던 방식으로 힘을 표출한 것이 어째서 새삼스럽게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까?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무력을 행사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된 청소년들의 모습을 목격할 때,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 괴물이야. 악마야. 요즘 아이들 무서워.”라고 탄식하기 전에 우리는 이 비극에 책임이 없는가, 이미 이 사회 어디선가 봤던 폭력의 방식이 아닌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극악무도한 잔인함과 폭력을 행사한 가해 학생들의 죄를 묻는 것과는 별개로, 배움 공동체 안에서 폭력의 질서가 생기도록 방관하고, 폭력의 관계망을 만드는 데 일조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뼈아프게 성찰해야 합니다. 적자생존의 한국 사회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탱하고 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모두가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3년 전 봄에 ‘가만히 있으라’는 권위에 일방적으로 순응할 것을 강요받았던 연유로 우리는 304명의 생명을 잃었습니다.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만큼이나 괴로웠던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을,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짓밟고 공격하고 모욕하는 어떤 이들의 모습에서 끔찍한 야만을 목격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약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한국 사회에는 어떤 잠재적 교육과정이 작동하고 있습니까?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던 교육 현장에서는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까?
지금의 한국 사회와 교육환경을 돌아봤을 때, “위기청소년”이란 단어는 특정 조건의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개념일까요? 특히 “학업중단 청소년” 또는 “가출청소년”이라고 지칭받는 청소년들이 폭력사건의 발원지인 것처럼 규정하고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교육부는 이번 폭력사건을 배움의 현장에 만연한 폭력문화, 폭력적 관계망의 심각한 징후로 보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존재의 존엄에 무감한, 성공지향, 결과지향의 인간형, 군림하고 지배하는 인간형을 생산해 내고 있는 한국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성찰과 개혁이 필요합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고착시키고, 힘의 불균형을 당연시하며 우아하게 구조적 폭력을 행사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합니다. 학습자들을 통제 가능한 대상이자 잠재적 자본으로 취급하며 입시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을 주문하며 폭력적 구조로 사람을 밀어넣는 교육을 멈추어야 합니다.
높은 등수라는 ‘결과’와 점수 얻는 ‘능력’에만 몰입하며 서열 매기기에 몰두하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고, 폭력적 구조와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는 학교 폭력, 청소년 폭력 문제를 ‘범죄자 처벌’의 문법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결하겠습니까? 이것이 정말 해결책입니까?
존재와 존재 간에 서열과 위계를 세우는 것이 아닌,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고유함이 중심에 서는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결과로 다른 사람이 존중받는 것이 나의 존재를 위축시키고 훼손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을 훼손하는 것이 나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배움의 현장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교육현장의 모습입니다. 폭력사건으로 드러난 결과보다 원인에 집중해야 하며,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되었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고민하는 것이 소년법 개정과 폐지 논란보다 우선할 일입니다.
이런 문제의식과 더불어 피스모모는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질의합니다.
1. 지난 9월 12일(화)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관계부처 합동 TF를 발족해 소년법 개정을 비롯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으며 “효과적인 예방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종합대책 마련 및 예방체계를 설립하는 데 있어 현재 교육부는 관계부처장관 모두발언에서 볼 수 있듯이 학업중단 청소년, 위기청소년 등과 같은 특정 집단을 관리하는 방식의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정 집단에 대한 관리 중심의 대안은 이미 수없이 시도되었고 실패했기에 소극적이며 또 상투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교 폭력의 문화적 토대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거론되는 특정 학생 집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데, 이러한 표적 집단 관리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학교에서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사회적 작용의 결과인 학교 내 폭력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서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까?
2. 식민주의와 독재 체제, 가부장주의 문화 속에서 자라고 교육받으면서 체득한 권위주의와 위계서열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현재 한국 청소년들이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으며 그 권리를 행사하기 매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피스모모는 청소년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부터 전면적인 관계맺음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안에서 서열관계를 탈피하고 존엄한 존재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평등하고 다채로운 관계를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학년구분에 따른 권력 관계를 정당화하는 문화를 지양하고 선후배 서열 폐지를 도입하는 것도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학습자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직급에 따른 서열이 일반화 되어 있는 교직사회도 도전받아야 할 과제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교육부는 어떤 교육철학과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3.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무한경쟁이 팽배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안에서 교사 역시 경쟁과 위계의 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관계맺음 전환의 중심에 있어야 할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학교폭력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배움의 공간에서 비폭력적 관계맺음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교사들의 역할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교육부는 어떤 정책적, 제도적 시행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 있습니까?
피스모모는 위 질의에 대한 교육부의 답변을 2017년 10월 10일(화)까지 요청 드리며, 교육부의 답변은 피스모모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