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우리가 행진하고 행진하면서, 위대한 날들이 오리라.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것.

더는 틀에 박힌 고된 노동과 게으름, 한 명의 안락을 위한 열 명의 혹사는 없다.

삶의 영광을 함께 누리자. 빵과 장미, 빵과 장미.

<빵과 장미> 제임스 오펜하임(1911) 발췌

 

1908년 2월 28일 뉴욕 여성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 이후 일련의 여성 노동 투쟁이 이어졌고,

이때 사용된 “빵뿐만이 아니라 장미를 원한다”는 구호가 영감이 되어 <빵과 장미>라는 시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 구호를 외친 이들은 여성이었고, 이주민이자 임시 노동자, 또한 동일한 시민권과 참정권이 없는

2등 시민이었어요. “여성이 봉기한다는 것은 인류가 봉기한다”는 시구처럼,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는 많은 목소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으로 확대되었지요.

 

1917년 제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던 그때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대대적인 파업을 벌입니다. “빵과 평화”라고 불린 이 시위는 놀랍게도 러시아 군주제를 무너뜨리고 전쟁을 멈추는 시발점이 돼요. 빵이 경제적 조건이라면, 장미는 자유와 평등, 존엄한 삶의 모든 조건들을 말하며, 이는 전쟁 뿐 아니라 일상적 억압과 폭력도 사라진 평화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2021년 2월 28일, 미얀마의 안 로사 누 따웅 수녀님은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던 중무장한 경찰 앞으로 나섭니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원하면 당신을 쏘라고 외쳤습니다. 방패와 방망이를 들고 헬멧을 쓰고 마스크까지 해 얼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경찰 앞에서, 홀로 맨몸으로 서 있는 누 따웅 수녀님의 사진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묵직하게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시민들의 소식을 마주하면서, 114년 전 봉기했던 여성들이 희망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 위의 모든 사람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가 빼앗긴 삶을 직면하려 노력하는 모든 존재들을 떠올립니다.

 

2021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근래 들려오는 슬픈 소식들을 기억하고 깊이 애도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를 살아내고 있는 존재들과 오늘을 축하하고 기념하고 싶어요. 기꺼이 이 삶의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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