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4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심화과정을 마치며 By 준태

[후기] 2024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심화과정을 마치며 By 준태

24년 평화교육 진행자 입문교육에 이어 심화교육을 이수한 준태라고합니다.

저는 주로 성교육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을 학교라는 현장에서 만납니다. 매 다른 학교들을 오가며, 다니던 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에, 때로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에 놀랍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계속 회자되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그때의 친구들을 만나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이야기들, 잊히지 않는 사건들, 그런 이야기 중에는 지금보다 폭력이 더 정당화되던 학교에서의 경험들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크고를 작은 폭력의 경험들은 몸에 각인되고, 후에 그 이야기들을 가공하고 편집하고 때론 미화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 냅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소화해 냈기에 우리는 오늘의 일상을 무탈히 이어 나갈 수 있고, 아무렇지 않은척하는 만큼 폭력에 대해 무감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재화된 폭력의 힘들이 아직도 내 안에서 강하게 작동하기에, 평화를 알아차리고 감각하는 인식 또한 둔감해졌나 봅니다. 평화교육진행자 입문과 심화교육을 이수하며 발견한 여러 보석 중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저들’의 폭력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 연루된 무뎌진 감각들을 되살리기 위한 피스모모의 배움 철학과 그 철학을 실현하는 배움의 설계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특히 네다섯명으로 둘러앉아 옆 사람의 짧은 설명 내지 이야기를 요약하고 바꿔 말하는 훈련을 했던 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옆 사람의 이야기를 바꿔 말하고 요약하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말들로 ‘인정’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다’, ‘내가 대단한 말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의문들이 허용되지 않는 학교 같은 사회에서 축적된 경험들로 인해 소시민 같은 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기에 화면에 나오는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거대한 힘에 의탁하는 것을 유일한 선택지로 여기고 있던 나를 발견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힘들게 했던 일들은 24년에 털어내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며 준비해야 할 이 시기에 12.3 ‘내란 사태’ 이후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은 황당함, 분노, 두려움 등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상처를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에 피스모모에서 배움의 시기를 보냈다는 건 불행 중에서도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사회를 압도하는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폭력의 힘에 무력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 내는 집회에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기사와 방송으로 전파되는 말과 글에 무력해지지 않고 옆 사람과의 나누는 이야기, ‘수다’에 담겨있는 연결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쥔 이들이 아니라, 지금 앞에 있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열린 마음과 그 열린 마음을 가진 존재에게 내 느낌과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계속 주입하는 권력에 대항하여 이야기할 용기를 낸다면, 그렇게 말하기와 듣기의 힘들을 주고받는 수다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그 마음과 용기를 서너명의 작은 모임에서 나누는 수다 자리에서도 실천해 나간다면, 그리고 그런 수다에서 단순한 재미가 아닌 기쁨을 경험한 이들이 또 다른 모임에서도 나누고, 그렇게 점차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풍경이 훗날엔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기대하며 후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