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5년 가을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을 마치고 by 홍천행

서로의 마음에 힘을 주는 다정한 기술 천행(냉이)

나는 2019년 가을, 평화교육입문과정 13기에 참여하면서 피스모모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뒤로도 종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관계를 이어왔다. 예닐곱 군데 시민단체를 후원하지만 피스모모는 내게 단순한 후원처가 아닌, 회원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특별한 곳이다. 피스모모와 함께한 배움의 시간들은 활동가로 살아가는 나에게 무엇보다 든든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나는 기독시민단체에서 청년 이주민 분야를 담당하고, 분야별 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거나 관련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애정하는데, 회의나 모임에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서로 배움을 주고받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늘 크다. 내가 피스모모에서 늘 느껴왔던 바로 그 따뜻한 느낌 말이다.

이번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과정은 그런 나에게 꼭 필요한 배움일거라 생각했고,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참여했다. 피스모모가 주는 환대는 프로그램 시작 전 안내 메일과 문자 정성껏 준비된 간식, 그리고 일찍 도착했을 때 대훈이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부터 이미 따뜻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배움의 자리에서 이야기할 환대의 가치가 운영 전반에 그대로 정렬되어 있음을 느끼는 참 고마운 순간이다.

과정에 참여하며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임파워링과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말이 내게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활동가로 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대화를 독점하는, 이른바 빅마이크를 가진 분들, 또 반대로 자기 에너지를 모임에 나누지 않으려는 분들 사이에서 늘 고민이 있다. 이번 배움에서 임파워링 퍼실리테이터란 이 양쪽의 사람들 모두가 모임 안에서 동등하게 힘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온라인 교육시간 중 한 참가자가 현장에서 겪고 있는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의 딜레마 상황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때 그 마음에 다른 참가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자신의 경험들을 나누는 그 순간에 서로배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임파워링의 본질이 아닐까?

내게 특별히 인상 깊었던 배움들을 한데 묶어본다면, 먼저 키워드 작업이 떠오른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핵심 키워드를 포착하고 이를 중심으로 요약하고 나아가 바꿔 말하기를 하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발화자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마음을 써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 앞으로 꾸준히 연습하며 내 몸에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토론법은 익숙함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한 명이 말하고 나머지는 듣는 방식이 참 익숙해져 있었구나 돌아보게 되었다. 번개토론, 피라미드 토론, 스펙트럼 토론, 6색 토론 등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방법들을 배우며 대화의 확산과 수렴을 훨씬 더 풍부하게 설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질문법, 특히 PIN 분석은 내게 큰 인사이트를 주었다. 참여자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입장이나 이익을 넘어, 그 기저에 있는 욕구를 파악하고 공통의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 좋은 질문의 핵심이고, 이를 통해 갈등의 중재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배웠다.

이번 배움은 모임을 기획하는 나의 태도를 새롭게 해 주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들을 어떻게 확산시킨 뒤 다시 수렴해 나갈지 전체적인 조망을 가지고 모임을 더욱 촘촘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책 모임에서 번개토론과 피라미드 토론을 적용해보니 더 많은 분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을 바로 경험했다. 앞으로 모임이나 회의에서 유독 목소리가 크거나, 혹은 침묵하는 분들의 모습 너머 그 내면에 있는 진짜 욕구가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이를 끌어내는 그런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다. 회의나 모임 진행을 위한 기술과 태도를 함께 배우고 싶은 모든 분께 이 따뜻하고 든든한 과정을 마음 다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