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의 방향을 맞추는 일
‘평화’라는 말은 대체로 나를 가라앉힌다.
나는 나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지, 내가 세계의 평화에 일조하고 있는지, 평화가 과연 가능하긴 한 건지 … 쏟아지는 질문 앞에 대체로 눈을 감거나 귀를 막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더 큰 무언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화라는 것은.
입문자 과정을 신청할 때도 명쾌한 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질문은 영원히 유효할 테니, 차라리 그 물음표 사이를 떠돌 동행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만이 소박했다.
그러나 4주라는 시간 동안, 함께 헤맬 수 있는 인연만큼이나 더 많은 부표가 생겼다. 입문자 과정 진행을 맡은 가지와 아영의 말처럼, 우리는 ‘떠오르는 질문들을 놔두고’, 혹은 ‘물음표들은 잠시 띄워두고’ 계속해서 이야기 나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더 많이, 더 다양하게 고민하고 방황해야 했다. 물음표들은 자연히 사라지기도, 서로 연결되기도, 몸을 부풀리기도 해서 마지막 날엔 여기에 얼마나 많은 [?] 들이 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 안에서 다만 선명해진 건, ‘머무는 법’이다. 계획에서 벗어나는 일이 두렵고 충분히 유연하지 않은 나에게 피스모모 평화교육 입문자 과정은 평화의 돌발성을 이해하고 그 스펙트럼을 감각하는 경험을 선물해줬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서 거리를 두고 낯설게 보는 시도들. 무엇이 ‘평화 없음’의 상태를 촉구하는지 ‘알아차리’며 아주 작은 변화를 이루는 시도만으로도 괜찮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했다. 우리가 여태껏 젠더와 분단, 전쟁을 수행해 왔듯이 평화도 수행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지속적이고 창조적인 평화를 맛보게 된다면 이 고정된 권력과 권위를 출렁이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이러한 바람도 결국 물음표로 남지만, 도달할 수 없다고 해도 그 과정이 이미 폭력보다 낫다는 말을 믿고 있다. 믿게 되었다.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이에게, 혹은 아예 고민조차 해보지 않은 이에게.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나는 ‘우선 심장의 방향을 맞춰 마주하는 일’을, ‘지금 여기에 상대를 초대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제안하고 싶다. 크고 거대한 담론 앞에 그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누가 있는지 보고 마주해보라고.
과정 내내 참여자들과 행했던 사소한 행동들 – 손뼉을 치며 내 손에 무기가 없음을 증명하고, 둥글게 둘러앉아 양옆 사람의 무릎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그리고 눈과 심장의 방향을 맞추는 일 – 로부터 느꼈다.
그것으로부터 평화는 시작된다고.
그것도 평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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