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화는 처음이라. >
모든 만남에는 ‘첫 시선’이 있습니다.
저에게 피스모모는 한 장의 카드에서 시작된 시선이었습니다.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마주친 모드세팅카드와 자기표현카드. 그 따뜻한 색감과 단정한 문장들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이건 어디서 만든 걸까?’ 하는 가볍고 작은 궁금함이 부끄럽게도 저와 피스모모의 첫 만남이었어요.하지만 처음 홈페이지를 열었을 때, ‘전쟁’, ‘안보’, ‘군사’ 같은 단어들이 괜히 마음을 작게 만들었습니다. ‘여긴 나와는 조금 먼 곳일지도 몰라.’
그렇게 피스모모는 제게 멀리서 바라보는 이름, 가끔 홈페이지를 ‘훔쳐보며’ 조용히 응원하는 존재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무슨 용기였을까요. ‘입문자 과정 모집’ 글을 보며 ‘입문이라면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은 용기라기보다는, 아주 작은 ‘움직임’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중교통을 좋아하지 않고 주차도 쉽지 않다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그 여정의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로의 방문은 교육보다 더 큰 부담이었거든요.
그래서 첫날엔 약간의 후회와 긴장이 뒤섞인 마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쭈뼛거리며 들어선 저를 환하게 맞아주던 아영님, 가지님의 미소가 그때는 조금 낯설었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평화의 첫인사였던 것 같아요.
교육은 이전의 익숙했던 배움과도 달랐습니다. 교재는 있었지만, 펼치지 않은 수업이었습니다.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단순한 과정 속에서 배운 평화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내 앞의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자라는 것이라는걸 그걸 천천히, 몸으로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형극처럼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레 움직이고, 삼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각자의 중심을 확인하며, 스펙트럼 위를 오르내리듯 생각의 온도를 나누던 시간들.
때론 비인간의 자리에 서서 그들의 숨결을 상상했고, 윗마을, 아랫마을 활동을 통해 갈등이 깊어지는 순간을 체험했습니다. 그 속에서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방식’이고, 매일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작은 선택’의 이름이었습니다.
엄마의 자리에서 교육을 받던 저는 자연스레 일상을 떠올렸습니다. 평화를 배우는 일은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일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의 하루 속에서 나는 얼마나 평화를 실천하고 있었을까. 수평적이라 믿었던 관계가 사실은 얼마나 수직적이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평화는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관계 속에서 숨 쉬는 것이라는 걸요. 조금씩 해나가는 작은 연습들이 쌓이면서 아이들과의 하루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 역시 아직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아마 이것이 내가 실천하는 평화의 첫걸음일 것 같습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배운다’는 말 그대로 함께한 분들과의 대화 또한 또 다른 배움이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와, 이런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 있구나.” “내가 어디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단단해지고, 제게는 이미 충분한 선물이었습니다.
피스모모에서 보낸 모든 시간은 하나같이 쉽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좋지 않았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 지각생이 되어 향하던 골목에 내리쬐던 햇살이 유난히 따뜻해 마음이 묘하게 젖어들었습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그 언덕길이 이제는 마음속에 따스한 애정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다시 이 언덕길을 찬바람과 함께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겠구나 싶은 생각이 스쳤습니다.^^그렇게 이번 여정을 시작으로, 낯설기만 하던 평화가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관찰자’에서 ‘참여자’로, 그리고 ‘평화를 배우는 사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나는, 평화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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