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6년 평화교육진행자되기 입문과정을 마치고 by 요요진

4주 동안 피스모모 평화교육 입문과정에 참여한 시간은, 처음에는 아주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평화’라는 말에 자꾸 마음이 가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 거대한 주제를 어떻게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평화라는 단어는 참 오묘합니다. 모호하고, 이상적이고, 제게는 공허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 인간이 살아가기에 꼭 필요한 공기와도 같은 단어라고 생각했고,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평화라는 거대한 담론이 되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오히려 평화라는 말 앞에서 생기는 의심과 불편함, 그리고 그 단어가 쉽게 말해질 때 생기는 어색함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피스모모의 교육을 만나게 되었어요.

시작 전 첫날의 기억은 조금 우습게도 설렘보다는 어색함에 가까웠어요. 오르막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던 제 모습, 그리고 “이제 익숙해지실 거예요”라고 반갑게 맞아주시던 가지의 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처음에는 저는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서로의 감정을 살피고, 작은 인사를 나누고, 안전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나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함을 찾을 수 있었어요. 특히 공감의 제스처를 다루는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는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이 얼마나 다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은 표정이나 반응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지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크게 남았습니다.

4주 동안의 활동들은 단순히 평화에 대해 설명을 듣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몸을 움직이고, 어떤 역할이 되어보고, 낯선 상황 안에 들어가 보면서 평화와 폭력, 중심과 주변, 다수와 소수의 문제를 경험하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중심이 어디인지 찾아보는 활동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중심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참 당연함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사회 안에서 나의 중심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 누군가의 말이나 조건에 따라 그 중심이 얼마나 쉽게 움직일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인간 존재가 되어보는 활동도 기억에 남았는데 매미나방, 조개, 원폭 피해 지역의 동물들, 올림픽을 위해 베어진 한 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평화라는 것이 인간 사이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윗마을과 아랫마을 역할극에서는 제가 맡은 역할이었던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이라는 역할 안에서 저도 모르게 어떤 편견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그 순간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구조를 비판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구조 안에서 이미 익숙해진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죠.

Norman McLaren의 영화를 함께 보았던 시간도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계기로 인해 작은 경계가 쌓이고, 그것이 갈등이 되고, 결국 폭력으로 번져가는 과정을 보면서 갈등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갈등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과 선을 긋고, 내 것과 네 것을 나누기 시작하는 순간 폭력으로 전환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만큼 갈등이 폭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시점도 존재한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분단폭력과 분단의 수행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분단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의 말과 사회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행위, 감정, 판단 속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하나의 시선에 매몰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전시를 준비하며 연평도 포격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상하게도 움트고 있던 분노와 울분이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군인들의 죽음과 민간인들의 피해를 보니 억울한 감정마저 들었지요. 이번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피해와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애도하고 또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피스모모의 4주는 정답을 배우는 시간이기보다 질문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예술가가 자신이 믿는 것을 계속 의심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며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가듯이, 평화교육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조금씩 바꾸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 중 제가 던졌던 질문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알면 바뀌나요?” 어쩌면 이 질문은 제가 오래 전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기도 합니다. 아직 확실한 답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상에 지나치는 다양한 일들을 안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또 작은 방향의 변화가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지금 숨을 쉬는 아주 작은 행위로도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으니까요 

피스모모와의 한달간의 입문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