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감수성에 기반하여 세계를 낯설게 보기’
봄꽃같이 다채롭고 사랑스러운 13명의 존재들을 만났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주제선택으로 다시 섞인 반에서의 첫 만남은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낯섦과 두려움, 그리고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던 그 순간, 참여자 분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하며 ‘평화감수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얼마만큼 확장될지, 그리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어떻게 스며들지에 대한 기대가 마음속에 잔잔한 설렘으로 피어올랐습니다.
참여자 분들의 성찰은 다정했고, 따뜻했으며, 깊었습니다. 안전한 공동체를 함께 만드는 약속으로 시작하여, 나를 돌아보고, 서로 다른 관계의 위치성을 감각하며,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평화이슈로 시야를 확장해 가는 15번의 만남. 그 과정 동안 참여자 분들은 온전히 활동을 경험하고 감각을 섬세하게 관찰했으며 다시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정답을 예상하고 말하는데 익숙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배움을 삶에 적용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과제였지요. 일상 속의 위축된 존재들은 발견하면서도 우리 안에서 위축의 순간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미디어와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면서도 유튜브의 차별의 언어를 무심코 소비하는 모습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전쟁의 관계는 살폈지만, 최근의 전쟁이슈는 오히려 우리에게 너무 일상적이고 단편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우리의 배움은 과연 삶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진행자로서 나의 삶은 어떤가. 나의 위치성 안에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건네고 연결될 수 있을까.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지는 팀, 소수의 참여자에게 활동이 집중되는 상황을 마주할 때면 이러한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마무리하며, 저는 우리 소명여중 평화감수성 참여자들이 자연을 닮은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당장 삶의 모든 순간을 평화감수성의 렌즈로서 바라볼 수는 없을지라도, 함께 작은 씨앗을 심었다는 믿음이 남았습니다. 이 씨앗은 바람을 맞고, 비를 견디고, 햇빛을 받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그 성장의 모습은 어쩌면 지금의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같이 울고 웃으면서 보냈던 짧지만 길었던 이 시간이 희망을 노래하는 시간이었다고, 그랬기에 너무도 고맙고 기뻤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서로를 실로 연결하며 갈등과 아픔, 어려움까지도 고마웠던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나눠주는 참여자 분들을 보며 너무 빠르게 교육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참여자 분들이 다채로운 기회로 ‘평화감수성의 렌즈로 세계를 낯설게 보는’ 그 경험을 문득, 또 만나기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노래했던 이 순간을 따뜻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13명의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소중한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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